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105

결혼

가끔, 아니, 남편이 벌만큼 버는데 뭐하러 일을 찾아? 무슨 이유라도 있어?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질문들을 들을 때면 밤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속이 콱 막히는 기분인데, 넘나 자연스럽게 일=돈 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 자체도 저열하게 느껴지고 (신성한 노동행위에 대한 모독) 남편이 돈을 벌면 당연히 부인은 놀아도 된다는, 여자는 남자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이슬람식? 사고 방식도 꺼림칙하다. 결혼이라는 것이 둘이 한 가정을 이뤄서 공동된 무엇을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온전히 모든 것을 둘이 공유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남편이 농사지으면 부인도 함께 농사일을 거둬야하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가업을 이어받아야 해서 온 가족이 한 곳에 옹기 종기 모여 분업해야하는 삼성..

시간.

가족처럼 친한 친구가 다음 달이면 산달이다 애기 가졌다고 기뻐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러고 보면, 한 인간이 만들어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데 40주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 듯 그렇게 한 생명체를 만들어갈때, 나는 그 소중한 기간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봤다. 인간이 한 명이 완성되어나가는 기간동안... 나는 무엇을 완성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행동하며 보냈나...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난 너무 게을러서.. ㅜㅠ

박찬욱 감독.

사진출처:www.joblo.com 기본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내가 젊은 사람들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고 느꼈을 때 이제 난 그렇게 젊지 않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은 한여름 이른 아침의 이슬 맺힌 청포도같다. 포도밭 근처에만 가도 포도 향기로 기분이 좋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탐스럽고, 달콤하고, 마냥 예쁘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막상 얘기를 해보면 육칠십대(요즘은 육칠십대도 노인이라하기 민망하지만) 노인마냥 꽉 틀어막힌 애들도 많다. 물론 그 친구들도 어떤 면에선 순수하다고 봐야겠지..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럴지도 모르니까.. 그런 친구들과 대화하느니, 구십을 바라보는데도 정정한 우리 할머니랑 일제시대 농담하는 게 더 재미있다. 그러보면, 사십대 오십대 소위 중년의 여..

옷 못입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

(내 블로그니까 내 생각 지껄일 것임) 옷 못입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 아니, 옷을 못입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굳이 꾸미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옷 못입는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꾸미고 나온 모습을 보면 일단, 그 공간에 같이 있다는 자체가 민망해서 그 사람과 눈 마주치기조차 너무 힘들다. 사실, 옷을 못입는 것보다 정말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싶다고 느낄 때는 TPO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왔을 때...흠. (물론 관심 없는 사람이야 어떻게 입든 상관없지만, 일말의 애정이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나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특히, 원색 알레르기가 있어서 2가지 이상의 원색이나 형광색 계통, 게다가 소재까지 자크르르한 공단류나 화학섬유류를 입은 사람을 보면 호흡곤란이 온다고나 할까.....

응칠 응팔

끝난 시점인데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응칠 응팔 캐릭터며 대사를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어디에서 읽은 내용인데 한국사람들이 응칠응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한다. 한국을 그냥 바라봤을 때는 나도 그 시절이 좋다. 이렇게 퇴보하기 전의 한국?? 개인적으로는 응칠응팔 시기는 절대 그립지 않다. 나는 한번도 이 드라마들을 본 적이 없다. 요즘은 외국에서도 무려 실시간으로 모든 드라마 등 티비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응칠응팔 시대에 좋은 추억이 별로 없나보다. 로그인이 필요없는 공감 클릭! ↓↓↓↓↓↓↓↓

쿨하지 못하고 끈적한 성격

오늘은 어학원에서 저번에 본 학기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갔지만, 사실 이번 수업은 추가 수업이라 카운트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좀 늦게 출발하게 되었고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은 넘나 간사한 것이라... 다행히 시험에는 통과했고, 다음 학기에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한참 수업을 듣는데, 아까 급하게 오느라 확인하지 못한 문자가 생각나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차에서 대충 봤는데, 설마..아니겠지 하고 쭉 읽어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친구 커플이 이번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휴가에 우리집에 와서 지내고, 같이 크로아티아도 가기로 했는데 (이틀 전 전화 통화까지 완료하고 그럼 나는 크로아티아 호텔을 예약할꺼라고까지 ..

이탈리아 사람과 눈싸움.

(Bagno chimici in Italia) 안면 인식을 못하는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어제도 길에서 어떤 사람이 쳐다보길래 혹시 아는 사람인가해서 같이 쳐다봤다.... 내가 노려보니 그도 노려보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더 노려보니 그도 나를 더 노려보면서 생판 모르는 이탈리아인과 길에서 미친 듯이 눈싸움을 했다는.. 막판에 둘 다 순간적으로 아레?고레와 난다!? 깨달음을 얻고 어이없는 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각자 갈 길 갔다는 실없는 야그. 로그인이 필요없는 공감 클릭! ↓↓↓↓↓↓↓↓

일본인 친구의 텃밭 /이탈리아에 사는 다람

어제는 일본 친구가 가꾸는 텃밭에 갔다. 일본 친구는 이탈리아의 이곳 한 도시에서 10년 이상을 살고 있다. 아는 이탈리아 친구 소유의 사용하지 않는 텃밭을 빌려서 거기에 여러가지 채소를 계절마다 심고 거둬들인다. 일본인들이 맥주와 함께 먹는 콩 종류도 있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좀처럼 먹지 않는 무나 부추, 실파, 갓, 쑥갓 등등 정말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이지만 수십가지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그 외에도 딸기, 토마토, 브로컬리, 시금치, 로즈마리, 실비아, 박하, 서양무, 컬리플라워, 케일... 셀 수 도 없을 정도였다. 여름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들면 그 더운 날씨에 이 언덕까지 펫트병에 물을 담아 이고지고 올라와서 물을 주는 친구이다. 처음엔 텃밭에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냥 구경가자는 이야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