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본 친구가 가꾸는 텃밭에 갔다.
일본 친구는 이탈리아의 이곳 한 도시에서 10년 이상을 살고 있다.
아는 이탈리아 친구 소유의 사용하지 않는 텃밭을 빌려서
거기에
여러가지 채소를 계절마다 심고 거둬들인다.
일본인들이 맥주와 함께 먹는 콩 종류도 있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좀처럼 먹지 않는
무나 부추, 실파, 갓, 쑥갓 등등
정말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이지만 수십가지의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그 외에도
딸기, 토마토, 브로컬리, 시금치, 로즈마리, 실비아, 박하, 서양무, 컬리플라워, 케일...
셀 수 도 없을 정도였다.
여름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들면
그 더운 날씨에
이 언덕까지 펫트병에 물을 담아 이고지고 올라와서
물을 주는 친구이다.
처음엔 텃밭에 같이 가자고 하길래
그냥 구경가자는 이야기인 줄 알고 쫄래쫄래 따라갔더니
준비해 온 가위(본인 이름이 써져있음)와 봉지를 주고
원하는만큼 뭐든지 따가
라고 한다.
나는 도무지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익숙한 시금치와 허브류들을 담았다.
그 친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잡초도 뽑고, 여기 저기에서
부추도 뜯어오고, 무랑 당근도 뽑아오더니 나에게 하나를 내민다.
나는 어찌된 일인지
집 화분에 여러가지 꽃이며 야채들을 시도해볼 때마다
안타깝게도 다 죽어나간다... ㅜㅠ
이유가 뭘까.
처음엔 나도
깻잎이며 상추며 꽈리고추며 심어보겠다고
유기농 흙도 사고, 좋은 자기로 된 화분도 사서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다른 집 테라스처럼
튤립이며 벤자민이며 팬지며
여러가지 꽃들도 심어봤지만, 실패의 연속..ㅡㅜ
그나마 이렇게 금손인 친구가 연신 채소를 마음대로 따가라고
권하니, 이것저것 가져와봤다.
무언가를 싹을 트워 키우는 건
꼭 그것을 먹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냥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뿌듯해지고 평안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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