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105

한계

한번 크게 상처 받은 사람은 다시 사랑하기가 힘들다. 한번 크게 실패한 사람은 다시 시도하기가 힘들다. 크게.라는 의미는 전부를 걸었다는 말이다. 전부.라는 의미는 시간, 돈, 마음, 몸, 자존심, 우정, 가족, 영혼을 걸었다는 말이다. 왜 다시 시도하기 힘들까? 다시 시도해봤자 어차피 꼬꾸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에. 차라리 몸을 움츠린다. 선생님 눈에만 안 띄면 질문은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처럼. 질문에 대답 못해 쩔쩔매는 친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일단의 모욕은 피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게 아닌데. 있는 듯 없는 듯 기둥 뒤에, 앞 사람 등 뒤에 숨어하루하루 오늘은 무사히 지냈다고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닌데... 다시 내 모든 것을 걸고 무언가를 시도하느니차라리 그나마 남아..

1.6 나쁜 사람 착한 사람

결국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좇아갈 뿐이다.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고에둘러 표현하는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차이가 있다. 그 이익은 때로 고상해보이기도 하고, 때로 추악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람은, 언제나, 매 순간 자신의 이익을 좇아 갈 뿐이다. 사랑, 우정, 증오, 분개, 봉사, 기도 모두.

1.2 외자 이름의 저주

저는 외자 이름의 저주에 걸린 불우한 소생입니다. 소생의 부모는 평범하고 무던한 삶을 사시는 분들이셨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어요. 더할나위 없이 보통의 직업을 가지고, 보통의 집에서, 보통의 옷을 입고 다니는 부모님이셨지만, 그 분들은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던 신박한 독창성과 창의력을 제 이름에 한껏 쏟아부으셨어요. 제 이름은 외자 입니다.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덩그런 외자인 이름을 지울 수 없는 반점처럼 가지고 태어난거죠. 어릴적 어른들이 이름을 물어보곤 '넌 이름이 외자냐, 외자는 외롭다더라. 껄껄.' 하며 외자 이름의 저주를 알려주시던 모습이 눈에 아직도 선하네요. 그때만해도 저는 외로움이 뭔지 알 길이 없었죠. 외로움이란 소주처럼 어른들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줄 알았어요. 어릴 적에는..

1.0 홀로 떠나는 바르셀로나

이전글0. 후회 http://italiankoreantranslate.tistory.com/443 사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공항 특유의 세련되게 분주하면서도 쾌적하고 정돈된 느낌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한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학력과 경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도전해서 실제 일을 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래하지는 않았지만.또, 여행을 좋아하는 어떤 친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기 보다 공항에 가고싶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어릴 적 아빠의 출장을 배웅하러 갈 때면 사주시던 김포공항의 샌드위치가 생각나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는데도 김포 공항에 가는 경우도 봤다. 실례된 말이지만 어둑한 물류 창고 같은 미국의 JF..

0.5

누군가는 용기 내어 편입을 하고,누군가는 꿈을 찾아 직업을 바꾸고,누군가는 과감한 투자를 하고,누군가는 계산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망설였다. 나의 생각과 느낌에 믿음이 없었다.머릿속은 언제나 오만가지 자료와 생각과 고민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며 다리를 꼬고 젠체하면서 결정에 따른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방법으로 근근이 버텨나갔다.서른이 넘으니 머릿속에서 완전 소화되지 못하고 쌓인 끈적하고 기분 나쁜 망설임의 잔여물들이 포화 상태가 되었다.그것들은 여러 형태의 이상행동들로 분출되었다. 직장을 그만 두었다.아침마다 양재역 전철역에서 찬바람을 가르며 나와 함께 뛰어 가는 사람들. 고작 2 분 먼저 출발하..

0. 후회

0.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소소하다면 소소한 사건이겠지만, 찌그러든 부표처럼 예고 없이 문득문득 떠올라 나에게 짧은 허희탄식을 선사한다. 구질구질하게 여기에 나열하자면, 2000년 대 초반 전세금에 돈을 조금 더 보태서라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지 않은 일이라든가, 대학교 3 학년 봄 대학 교정 벚꽃 나무 아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잡지 않은 일이라든가, 몇 년 만에 중학교 친구를 만나 가소롭게도 거들먹거리며 잘난 척 한 일이라든가, 그 때 미국으로 떠나지 않은 일이라든가...솔직히 말하자면 모두 후회가 남는다. 후회를 하는 이유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원래의 내 모습을 과감히 버리고 그 당시 강단있는 선택을 했더라면 적어도 현재의 나의 상황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