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6

외국인 남편과 방귀트기.

. . . 남편이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결혼한 지 5년도 넘었건만 사실, 우리는 아직 빵귀를 튼 적이 없습니다;;;; 이걸 친밀도의 척도로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원래 저는 똥귀저귀 갈아준 식구들과도 빵귀를 튼 적이 없어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 우리 가족 모두 몇 십년을 같이 살았지만, 한번도 서로 소리내서 빵귀를 뀐 적이 없습니다.... ^^ (그렇게 깨끗한 사람들도 아닌데,,, 그냥 좀 고요한 가족인 듯...) 그래서 트름이나 빵귀는 원래 소리 안나게 하는 건 줄 알았어요.. 제가 대학가서 혼자 살기 전까지는요! 어느날은 회사에서 어떤 팀장님이랑 밥먹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저는 한번도 소리내서 빵귀나 트름 한 적이 없는데요 했더니 거짓말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진짠데... 그때부터..

내가 사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사람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을까? 나는 어떤 운명으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내가 태어난 곳에서 8968km 떨어진 지구의 반대편. 은마아파트 주민수보다 적은 사람들이 바닷가와 작고 완만한 언덕에서 거북손처럼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 나와 다른 말을 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곳, 무자. 나는 이탈리아 무자라는 작은 마을에 산다. 까만 머리, 까만 눈, 오뎅과 당면을 넣은 멸치 국물로 맛을 낸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곤 나 혼자 뿐인 무자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내 운명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을까. 내가 내 운명을 이곳으로 불렀을까. 너무 감성적이니까, 조금 심각해지는 것 같아. 나만 알고싶기도 하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들여주고 싶기도 한 무자를 지금..

안면인식장애

근시가 있는데 안경을 쓸 정도는 아니라, 운전할 때 말고는 세상이란 원래 이렇게 흐릿하려니 하고 살아왔다. 그게 벌써 20여년이 되어간다. 게다가 안면인식 장애가 있어서 코 옆에 큰 점이 있다거나 콧구멍이 하트라던가 하는 명학한 특징이 없으면, 사람을 한두번 봐서 기억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렇게 어쩌다, 이탈리아에 흘러 왔는데 외국 사람들을 보니 죄다 비슷비슷해보여서 더 헤깔리는 거다. 먼 옛날 구름씨를 비행기에서 처음 만나고, 한 한 달 정도 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얼굴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서 사실, 다시 만났을 때 못알아보면 어떻게하지 걱정을 했었다. 비행기에서 10시간이나 이야기를 했었잖아! 어느날 아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리는 -야, 그건 니가 그냥 사람들한테 관심이..

해외 생활 준비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저도 어쩌다보니 이러저러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또 살아가게 되었는데요, 해외 생활이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노력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당연히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에 소속감 같은 것이 없을수록 다른 나라에서 정신적으로 만족하며 잘 사는 것 같아요. 한국에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이 많거나 한국의 가족과 유대 관계가 깊다거나 한국 자체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그리워하는 부분이 많은 게 당연하겠죠. 한국에 가고 싶어지고. 첫째,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의 삶보다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 생활은 내가 기존에 지내왔던 익숙한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죠.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이라고 꼭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

이탈리아 칼럼 2024.02.28

해외 생활 준비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저도 어쩌다보니 이러저러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또 살아가게 되었는데요, 해외 생활이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냥 노력만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당연히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에 소속감 같은 것이 없을수록 다른 나라에서 정신적으로 만족하며 잘 사는 것 같아요. 한국에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이 많거나 한국의 가족과 유대 관계가 깊다거나 한국 자체를 사랑하시는 분들은 그리워하는 부분이 많은 게 당연하겠죠. 한국에 가고 싶어지고. 첫째,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은 외향적인 성격의 삶보다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 생활은 내가 기존에 지내왔던 익숙한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죠.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이라고 꼭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

이탈리아 칼럼 2024.02.28

자기성찰에 대해

나는 한번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차라리 이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완벽하게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요즘에서야 깨닫고 있다. 우습게도! 한순간 섬광처럼 그것을 느꼈을 때의 충격이란.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큰 눈덩이로 얼굴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추운 날 샤워부스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실수로 뭘 건드려서 갑자기 찬물 샤워 맞은 기분. 난 이기적이었다. 자기비하 감정팔이가 아니라 정말 철저하게 이기적이었다. 게다가 자가합리화까지 끝내줬다. 나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을 교묘하게 이용했고 그게 고의든 아니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기만했다. 교만했고, 오만방지했지만 겉으로는 얼마나 겸손하고 예의바른 척 했는지. 난 자신감이 없었다. 나에게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 명료..

카테고리 없음 201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