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쿨하지 못하고 끈적한 성격

이탈리아 다람 2016. 6. 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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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모드>

 

오늘은

어학원에서 저번에 본 학기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갔지만,

 

사실 이번 수업은 추가 수업이라 카운트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좀 늦게 출발하게 되었고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은 넘나 간사한 것이라...

 

 

다행히 시험에는 통과했고, 다음 학기에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한참 수업을 듣는데,

 

아까 급하게 오느라 확인하지 못한

문자가 생각나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차에서 대충 봤는데, 설마..아니겠지

하고 쭉 읽어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친구 커플이 이번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휴가에 우리집에 와서 지내고,

같이 크로아티아도 가기로 했는데

(이틀 전 전화 통화까지 완료하고 그럼 나는 크로아티아 호텔을 예약할꺼라고까지 했는데)

 

날씨를 확인해보니 그 날짜에 비오고, 천둥치고, 추운 걸로 나와서

 

아무래도 날이 아닌 것 같아 다음에 가겠다고 문자가 왔다.

(하긴 우리 동네도 바닷가고, 놀러가는 곳도 바닷가라 날씨가 중요하긴하다)

 

...

 

그러나

...

 

오늘이 월요일이고,

바깥냥반은 어제 저녁에 크로아티아 호텔도 그 친구들 방까지 예약을 해 논 상태였다.

 

연휴 성수기라 가격이 보통 때보다 비쌌지만, 친구 대접한다고 생각하고

호텔비도 안 받고 우리가 다 지불할 생각으로 이미 결제까지 한 상태였다.

 

 

평소보다 비싼데다가 곱하기 2 결제금액을 혹시라도 돌려받지 못할까봐

갑자기 땀이 나면서

아... 이런 걸 왜 문자로 이제서야 이야기하는 걸까... 하고

좀 짜증이 났다.

 

바로 바깥냥반에게 문자를 보내서

취소수수료가 있는 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이 친구에게 뭐라고 문자를 보낼까 잠시 생각했다.

 

나는 원래 쿨한 사람이 못되서

문제인데,

 

이번에도

이 분노를 어떻게 승화시켜 문자를 보내야 잘 보낸 문자일까 머릿 속으로 생각해봤다.

 

 

 

순간

그럼 미리 좀 말하지

라고 좀 쏘아 붙이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서로 좋을 것도 없고,

이 친구한테 도움 받은 것도 많고,

사실 좋은 친구들이고 해서

이런 따위로 서로 감정 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나름 친구가 온다고 며칠 전부터 집안 청소도 시작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꼼꼼하게 이미 시작한 상태라

더 짜증이 난 건지도 모르겠다.

(어제 밤에는 샤워부스에 낀 석회질을 일자 드라이버로 긁어내느라 잠도 설쳤다-.-)

 

 

그래,,,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혼자 북치고 장구 친 내가 문제다 생각했지만,

 

그냥 정말 쿨하게

 

알았어 괜찮아 담에 보지 뭐 : )

라고 거짓말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감정 삭제하고 일단 사실을 서술해 알리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바깥냥반이 호텔이랑 예약해버렸는데!>.<'

 

라고 보내고 다시 이어 무슨 문자를 보낼까 생각하다가

 

'어쨌든 괜찮아 문제 없으니까 편할대로 해^^'

 

라고 아주 편하게 생겼지만 사실 아주 불편한 문자를 보내버렸다.

 

 

 

 

친구는 그럼 남편에게 다시 물어보겠다며

문자를 보냈다.

 

 

그 와중에 바깥냥반이

취소 수수료는 없고 방금 다 취소했다고 문자가 왔다.

 

'취소했대. 다음에 봐 : )'

라고 보내니

 

친구도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절대 쿨하지 않고 미지근한 사람이기때문에

 

이렇게 문자를 쿨하게 끝내지 못하고,

 

 

 

'편한 시간 아무때나 정해서 문자 줘. 이제 밀어붙이지 말아야겠다^^ 부담 갖지마'

 

'너 밀어붙이지 않았어^^'

 

 

이렇게 문자는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바깥냥반에게 친구 남편이 전화해서 이러저러 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남편은 뭘 그런소리를(남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매너 좋은 냥반이라..;;;)

 

이라고 잘 넘겼다고 한다.

 

 

학원이 끝나고 바깥냥반에게 전화해서

 

난 이탈리아 사람들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고

변덕이 아주 죽 끓하다고

약속 정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니까

 

남편은 원래 이탈리아 사람이 그렇지뭐, 아직도 몰라?

라고 전혀 아무렇지 않아 한다.

 

 

나는 하기로 했으면 그냥 뭐가 어떻게 되든 그냥 하는 성격이라

(중간에 바뀌고, 헤깔리고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이런 상황에 아주 취약하다.

 

 

뭐 어쨌든

상황은 마무리 되었고,

 

나는 어째서 쿨하지 못한 끈적한 사람일까...

(이렇게 후회하는 것 자체가 끈적한 사람이란 증거겠지 ㅜㅜ)

 

라고 생각하고,

 

담엔 좀 더 심플해지자 다시 (어차피 안 될 거 알지만) 한번 다짐해봤다.

 

 

 

 

편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 감정이 무시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애매하다.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소를 물가까지 끌고 올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소가 목이 마르면 마시는 거고

마르지 않으면 절대 마시지 않는거다.

 

 

그러니까

소를 물가까지 억지로 끌고 갈 필요가 전혀 없다.

어차피 자기가 목이 마르면 스스로 물가를 찾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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