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1.0 홀로 떠나는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다람 2015. 12. 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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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공항 특유의 세련되게 분주하면서도 쾌적하고 정돈된 느낌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한 항공사의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학력과 경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도전해서 실제 일을 했던 사례가 있다. 물론 이러저러한 이유로 오래하지는 않았지만.

또, 여행을 좋아하는 어떤 친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기 보다 공항에 가고싶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어릴 적 아빠의 출장을 배웅하러 갈 때면 사주시던 김포공항의 샌드위치가 생각나서 비행기를 탈 일이 없는데도 김포 공항에 가는 경우도 봤다.


실례된 말이지만 어둑한 물류 창고 같은 미국의 JFK 공항이나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 공항과 비교해보면 인천 공항은 우리가 가진 공항이라는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 적합한 곳이다. 살짝 큰 형태의 전통 방갈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캄보디아의 귀여운 씨엠립 공항에 비하면 덜 독특하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 비하면 덜 정돈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카트 자체가 없는 조금은 황당한 인도네시아의 발리의 덴파사 공항이나 메뉴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토스트가 나오는 어이없는 중국 상해의 공항을 생각하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우리에게 인천 공항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긴 여행을 홀로 떠나며 나는 불안한 마음보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일말의 희망과 막연한 호기심에 설레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두 시간 정도 일찍 인천 공항에 도착한 나는 자연스럽게 출국 심사장과 보안검색대를 거쳐 면세점에 도착해 바르셀로나에서 만날 사촌 동생에게 줄 작은 화장품을 샀다. 예전에 간 적이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웅대한 창문을 생각나게 하는 인천 공항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한국 겨울의 따스한 햇볕을 중앙 화단의 제라늄처럼 태연하게 맞으며 120번 게이트 앞 푹신하고 한산한 대기석에 몸을 기댔다.


(2008년 겨울 인천공항. 바르셀로나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독일 뮌헨으로 가는 첫 번째 비행기를 차분히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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