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40

[나의 이탈리아 방랑기 1] 짐을 꾸리며

[나의 이탈리아 방랑기] 1 짐을 꾸리며 다시 짐을 정리해 봅니다. 모두가 이탈리아로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두고 갈 것과 가지고 갈 것들. 그동안 손에 익었던 오디오를 상자에 넣었다 다시 풀어 놓습니다. 앞 몇 장만 읽었던 책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다 끝내 상자에 다시 넣습니다. 이사짐을 싸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지만 가지고 갈 것과 두고 갈 것, 그리고 버릴 것을 정하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짐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떠납니다. 다른 계절이 시작될 것입니다.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4] 길에서 당근을 와작와작!?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4 길에서 당근을 와작와작!? 우리나라도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남자건 여자건 피부가 하얘야 예쁘고 귀티난다고^^ 했던 때가 있었죠. 물론 지금도 햇볕에 모자도 없이 나갈라치면 엄마들은 모자 써야지~ 썬크림도 안 바르고 어딜나가~ 라고 하시죠.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하얀 피부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까만 피부를 좋아하냐구요? 아니요, 구릿빛 피부를 좋아한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아주 옛날엔 하얀 피부를 선호했다고 해요. 옛날이라고 하면 정말 100년 전 정도요? 귀족이 있었던 시대를 말한답니다. 그때는 귀족들은 바깥 일을 하지 않았기때문에 햇볕에 탄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천하게 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서 얼굴이 하얀 사람을 보면, '어디 몸이 안..

이탈리아 만화 2016.02.07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3] 왜 자꾸 음료를 주문하라고 해!?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왜 자꾸 음료를 주문하라고 해!?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저희 모친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죠. '밥 먹기 전에 물 먹으면 소화 안된다.' '밥 먹기 전에 군것질 하지마. 입맛 없어져.' '물은 밥 다 먹고 먹어야지.' 이런 저에게 문화 충격!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메뉴를 볼 틈도 없이 먼저 음료를 주문하라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익숙하지도 않고, 그게 문화인지도 몰라서 난 마시지 않겠다. 나중에 주문하겠다고 하면, 같이 간 바깥냥반은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마~ 라고 이야기 하지만, 주문받는 종업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라구요. 이탈리아에서는 특히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음료나 물이나(여기서는 물도 공짜가 아니죠^^) 와인이나 술 등 마실 것을 주문한답니다. 그리..

이탈리아 만화 2016.02.06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2] 중앙선이 없어요!?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2] 중앙선이 없어요!? 요즘은 차를 렌트해서 유럽여행을 하시는 분들도 꽤 보입니다. 사실은, 교통법규라는 것이 나라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 차가 아닌 다른 차를 빌려 생경한 배경의 다른 나라에서 운전을 하기란 조금은 겁나는 일이기도 하죠. 별로 겁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운전 법규를 잘 지키고, 도로 시스템이 나름 체계적으로 되어 있거든요. 제가 여기 살며 운전하면서 처음에 가장 놀랐던 사실은 중앙선이 하얀색이라는 것이 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선이 노란색이라 차량 진향방향이 헤깔릴 일은 없잖아요? 그런데, 이탈리아는 귀엽게도 중앙선도 흰색입니다! 흰색 실선은 추월금지이고, 흰색 점선은 추월가능으로 색만 다르지 다른 내용은 같습니다. 이..

이탈리아 만화 2016.02.05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 1] 급하면 손수건을 흔들어라?

벌써 4년이 흘렀네요. 부활절을 앞두고 우리는 런던에 가기로 했었습니다. 런던에 바깥냥반이 아는 이탈리아 친구가 있어서 그 부부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기차표보다 더 저렴하다는 라이언 에어를 예매를 하고, 드디어 출발하는 날. 여권도 준비를 하고, 항공권도 프린터로 예쁘게 뽑아 준비를 했답니다! '3시 출발이면.. 집에서 12시에 출발하면 되겠다' 함께 차에 올라 부활절 전인에 가게에서 선물을 사가야하지 않을까..? 하면서 무심코 항공권을 봤는데, 시간이 3시가 아니라 13:00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어요. 이건 꿈일거야.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저는 13시를 3시로 지금까지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ㅠ.ㅠ 바깥냥반에게 이실직고하니, 그는 미친듯이 차를..

이탈리아 만화 2016.02.04

1.8 인정

(이탈리아, 봄날 우리 동네 앞 바닷가에 정착한 크고 작은 요트들) 주변인들에게 인정받거나 무시당하는 일은사회적 동물, 우리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이 인정과 무시의 기준은 유연하여사회적 풍토나 집단의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이것은 세뇌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소위말하는 북유럽 선진국 vs 우리나라, 강북 아줌마 모임 vs 제주도 유기견 봉사 모임, 유기농 텃밭 모임 vs 시가 모임,기준은 그 집단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돈과 외모가 전부라는 기준이 갈수록 확고해 지는 것 같다.이 저질스러운 기준은 암암리에 교육되다 이젠 사람들 스스로 자의적으로 좇고 있다고까지 생각되는데,이것이야말로 본인들을 현대판 상노예로 굳힌다는 사실을 가끔 인지라도 했으면 좋겠다.왜냐하면 정말..

2.4 한국으로 돌아갈까

(2011년 가을, 달이 해처럼 밝던 날 이탈리아 내가 사는 동네의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 건너편 도시)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언덕의 꼭대기 오래된 성당, 산타마리아 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번화가가 아닌지라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는 곳인데,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더욱 인적이 드물게 느껴졌다. 출구 쪽 길에는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청년인지 아저씨인지 모를 건장한 남성이 차에 기대 아드리아해 너머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반대편에서 큰 강아지 한 마리와 산책 나온 커플을 보고는 차에서 내렸다.방금 켜진 듯한 가로등 몇 개가 성당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소박하고 오래된 성당 바로 옆엔 작은 치미테로가 있고, 주변..

(2011년, 이탈리아 내가 사는 동네의 한 성곽. 이 작은 성 안에는 아직도 관리자가 살고 있다. 이탈리아의 많은 성이 입장료를 받거나 또는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 많은데, 이 성은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촘촘히 쌓아 올려진 성곽의 돌들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너머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사는게 속 편하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해질녘이면 그 벽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경박하지 않은 여유있는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고질 좋은 고기에 향신료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것 같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들어왔다.차분하면서도 흥겨운 음악소리가 희미하게 귓가를 울린다. 성곽 안의 사람들은 바깥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싫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