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이탈리아 다람 2015. 12. 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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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탈리아 내가 사는 동네의 한 성곽. 이 작은 성 안에는 아직도 관리자가 살고 있다. 이탈리아의 많은 성이 입장료를 받거나 또는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 많은데, 이 성은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촘촘히 쌓아 올려진 성곽의 돌들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너머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는데,,,


애써 외면하고 사는게 속 편하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해질녘이면 

그 벽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경박하지 않은 여유있는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고

질 좋은 고기에 향신료를 넣고 오랜 시간 끓인 것 같은 맛있는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들어왔다.

차분하면서도 흥겨운 음악소리가 희미하게 귓가를 울린다.


성곽 안의 사람들은 바깥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들었다.

단지, 우리를 자신들과는 다른 종이라 간주하여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성 밖의 어른들은 값싼 증류주와 아주 짜게 절여진 채소 안주를 앞에 두고 하나같이 

성 안의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차라리 그 사람들의 존재를 모르는 채 살다 죽는 것이 행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는 몇 번을 시도해 보았다. 

간혹 그 담을 넘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도 모르고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나름의 방법으로 몇 번을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어느날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어른들께 여쭤보았다.

-우리는 어째서 저들처럼 살지 못하죠?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이 곳을 저 곳처럼 만들어서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요?


법이 그렇게 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법이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고,

법을 따르지 않으면 선량한 국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법을 고치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건 저 벽 너머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저 벽을 힘을 합쳐 허물어 버리자고 했다. 벽을 아예 없애버리자고 했다.


어른들은 정확한 이유는 대지 못하고 얼버무리며 어쨌든 그런 짓은 나쁜 짓이라고 했다.

그 성 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 안으로 들어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나쁜 생각만 하다가는 죽어서 신의 노여움을 받을 거라고 했다.


여전히 어둑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그들의 여유로운 웃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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