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씨 일화 하나.
슬로베니아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종종 해산물이 먹고 싶을 때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 중 우리가 좋아하는 작은 해변 도시가 있는데,
요즘 들어 한국에 슬로베니아 여행이 많이 알려져서인지
한국 관광객을 꽤 많이 마주친다.
다행히도 단체 관광객들은 아니고
(단체 관광객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저번 블레드 호수에 갔을 때
아줌마 아저씨 단체 관광객들때문에 슬픈 사연이 있어서...)
http://italiankoreantranslate.tistory.com/529
가족이나 연인 단위가 많이 보인다.
구름씨은 귀신같이 한국 관광객들을 찾아내는데,
(반가운 척 하고 싶어서--;;; )
찾으면 또 적극적으로 말도 못걸면서...
괜히 한국 관광객들 옆에 바짝 서서는
뜬금없이 나한테 한국말을 하기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이 듣고 자기 좀 아는척 좀 해달라고 --;;;;)
-여기 조아여?
-안뇽
-날씨가 아쥬 도오요
한국 관광객들을 힐끔힐끔 보면서
소심하게 이런 말들을 마구마구 하는데,
정작 한국 관광객들은 관심도 없다.
내 생각에
그런 오지에 저렇게 생긴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하겠지...
그냥, 이상한 외국인이 왜 주변을 서성이지 하고 본인들 여행에 바빴을 것 같다.
(가여운 구름씨...)
구름씨은 언제나 이런 한국말 신호를 한국 관광객들에게 일방적으로 보내지만
그 동안 한번도 그 신호에 응답한 한국인이 없다.
그래서 엊그제 레스토랑에 간 그날도 신호 전송에 실패한 구름씨는
귀가 한참 내려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내 한국말을 들은걸까?
-글쎄, 내 생각엔 당신처럼 외국인 얼굴을 한 사람이 이런 외국 오지에서 한국말을 하니까 한국말이 아닌 줄 알았을 것 같아.
-한국 사람들은 소심해.
-왜?
-분명 한국 말인줄 알았을꺼야. 내가 '안녕하세요' 또박또박 말했잖아. 그런데도 저렇게 모르는 척 하는거 보면...
-(측은...)
-이탈리아 사람 같았으면, 아이고 반갑다고~ 이런데서 이탈리아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엄청 난리쳤을텐데. 흥.
그러면서
이번 한국 제주도 휴가가서 해변에 간다고 다이어트한다고,
감자는 살찌는 거니까 나 먹으라고 내 접시에 갖다 준다.;;;
유럽 오지에서 구름씨를 만나시거든
(이탈리아 사람처럼 생겼는데, 한국말을 합니다. 물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구름씨 하고
구름씨의 애타는 신호를 받아 주시는 분이 있기를...
한국 향수병에 걸린 구름씨에게 하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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