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만화

[당신이 모르는 이탈리아9] 버스카드 어디에 찍어요!?

이탈리아 다람 2016. 2. 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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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버스카드가 없었다.

 

그래서 토큰이나 회수권을 버스 티켓처럼 구매하거나 현금을 버스를 탈 때마다 토큰 통에

 

직접 넣고 타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용카드 하나만 있으면, 그것도 아니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버스, 택시, 지하철

 

모두 찍고 타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

 

 

 

이탈리아는 아직도 버스티켓을 사용한다.

 

이탈리아스러운 아날로그 종이로 된 버스티켓 말이다.

 

 

 

 

 

 

 

 

버스 티켓은 지역마다 다른데, 보통 2016년 현재 1.3~1.4유로(1500원 정도)면 일회용 구매가 가능하다.

일회용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티켓은 90 분 동안 유효하다.

90 분 동안 10 개의 버스를 타도 상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 버스를 타고더라도 버스에 머무르는 시간이 90 분을 넘겨버리면 또 다른 티켓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90 분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일단, 버스 표는 버스 정류장 앞에 설치된 아래와 같은 버스티켓 자판기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물론 그냥 돈만 먹고 티켓은 안 내놓는 이탈리아스러운 자동 판매기들이 많으므로 되도록 인간에게 직접 구입하기 바란다)

 

또는 버스 정류장 근처 바Bar나 담배가게Tabacchiere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이 문을 닫는 저녁이면 버스 표를 살 길이 없다. 그러니, 버스표가 필요하다면

살 수 있는 곳에서 넉넉하게 사두는 것이 좋다)

 

'Un biglietto per autobus' [운 빌리에또 뻬르 아우토부스] 라고 말하면

 

90 분 짜리 버스 티켓 하나를 줄거다.

 

 

 

그걸 가지고, 일단 버스에 탄다.

버스에는 표를 넣는 통도 없고,

탑승시 운전 기사가 표를 검사하지도 않는다!!

(예전엔 이탈리아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운전자 옆에 버스티켓을 넣는 상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사 노동 조합에서 버스기사는 운전만 해야지 왜 버스 티켓까지 검사를 해야하냐고 반발이 일어났고,

그 후에 버스기사 외에 버스표를 검사하는 안내원 개념의 직원을 버스마다 한 명 더 배치됐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마다 배치를 하니 인건비가 만만치가 않아서,

현재처럼 몇몇의 검사원들이 랜덤으로 버스표를 검사하는 시스템이 되었다고 한다)

 

 

버스를 둘러보면 아래와 같은 기계가 하나 보일거다.

 

 

이 기계(obliterare오블리떼라레)에 버스 티켓 한쪽 면을 넣으면, 현재 날짜와 시각이 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찍힌다.

이때부터 이 버스표는 90 분 간 유효한 것이다.

 

'그럼, 표를 안 사거나, 샀더라도 스탬프를 안 찍고 그냥 타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누가 항상 검사하지도 않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는 굉장히 비효율적이지만, 이상하게 효율적인 구석이 있는 나라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아래 사진과 같은 검사원(controlore 콘트롤로레)들이 랜덤으로 버스에 돌아다닌다.

 

 

 

 

 

벌금은 통상 버스비의 50배 정도니까 6 만원 정도 낼 듯하다.

 

버스를 타다보면 다 날짜를 찍는 것은 아니다.

불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스탬프를 찍지 않고 그냥 무임승차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사원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에 꼭 버스표를 준비해서 탑승하자마자 날짜 스탬프를 찍는 것이 신상에 좋다.

 

 

내가 이탈리아에 사는 동안 버스 검사원을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검사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버스 검사원은 버스에서 몇명만 골라서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에 탑승한 사람 전체를 검사한다.

 

 

버스 검사원이 표를 보자고 하는데, 별 것도 아니고,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가슴이 뛰었는지 모르겠다.

 

 

 

버스 내의 분위기는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뒤에서 학생들은 큰 소리로 떠들고,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한다.

가끔 그렇지 않은 못돼먹은 젊은이들도 보이긴 하지만, 보통은 그렇다.

 

버스는 정해진 시간표대로 운행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그 시간표에 딱딱 맞춰 도착한다.

 

버스는 매우 청결한 편이고, 운전기사들이 난폭운전을 하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버스가 번잡할 경우, 사람들을 밀치고 내려야 할 때 'permesso[페르메쏘]'(지나가도 될까요?)라고 말하거나

'scusa[스쿠사]'(미안)라고 말하거나,  'Lei scende?[레이 쉔데]'(당신 내리십니까?)라고 말하면 된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미안한 얼굴만 지은 채 밀치고 지나가면

 

사람들이 매우매우매우 기분 나빠할 수 있다. 아니, 이탈리아 욕을 바기지로 먹을 거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에서는 노인들이나 정말 바빠 보이는 사람이 그러면 그러려니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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