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칼럼

이탈리아에서 선물의 의미 /다람

이탈리아 다람 2015. 6. 2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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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선물의 의미 





그저 평범한 날, 그에게서 장미 한 송이를 받았을 때,

정성스레 포장된 선물과 

손수 쓴 카드를 받았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느끼지 못했던 

심장이 간질거리는 기분.



이건 무슨 감정이지?



내가 그의 도시를 방문했을 때, 그는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역 앞에 주차된 그의 차를 탔을 때, 

그는 뒷자리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나에게 내밀며 미소지었다.


"웰컴!"


장미였다.

정말이지 장미 딱. 한 송이였다.





아무 날도 아닌 날에 한번도 선물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것도 꽃을 선물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마치,

고양이가 정성껏 물어다 준 생쥐를 본 인간처럼

고맙고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해버리다니.




이탈리아에서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일반적인? 한국 사람의 생각으로는 어쩌면 쓸데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강아지 인형을 선물 받았다.

서른이 훌쩍 넘어서.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지금은 키우지 못한다는 말을 기억했던 것이다.



선물을 할 때, 포장을 하지 않고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노트 한 권을 선물할 때도 그들은 

어울리는 포장지와 그에 맞는 리본을 골라 포장을 하고

마음을 담은 카드에 손글씨로 마음을 손수 적어 나에게 선물했다.



우리나라에서 선물이란 

어떤 필요한"물건"이나 값비싼 "재화"를 전달한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에서는 "마음"이나 "정성"을 보여주고 즐기는 의미였다.



또 하나 다른 점은,

그 누구도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그들이 선물을 포장하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할지 모르겠다.




이탈리아 친구가 한국에 와서 이상하다고 느낀 점을 말한 적이 있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선물을 주면 바로 열어보지 않고

고맙단 말만 하고,

무표정으로 그냥 방치하냐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한국 임원에게 

아주 귀한 이탈리아 술 그라빠를 선물했다고 한다.

그 그라빠는 술 자체도 고급이었지만,

술병이 핸드메이드 유리 공예로 만든 아주 값비싸고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물론 정성들여 포장해서 그 한국인에게 선물을 했는데,

고맙다고 하고, 식당 테이블 밑에 그냥 내려 놨다고 한다.

같이 열어보고, 그라빠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참다 못한 이탈리아 친구가이 

열어보면 술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술을 개봉했고,

그 독한 그라빠는 그날 회삭 자리에서 다 함께 마셔버리고,

(모두 넉다운)

마직막에 식당을 일어서면서 내 친구가 발견한 것은

그가 테이블에 버리고 간 그라빠 술병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이탈리아 친구는 그 병이 너무 아까워 자기가 다시 주워갈까하고 잠시 망설였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는 

그 사람이 자기 귀한 선물을 버렸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고 투덜댄다.




그 얘기를 듣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다른 사람이 준 선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뜯어보는 것을 

경망스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선물을 줬을 때 

너무 기뻐하는 것 또한

마치 선물을 기다렸던 것처럼 보이기때문에 아마도 일부러 표정을 감췄을 것이다.


이런 한국의 정서를 설명해주니 신기해했다.




우리는 선물의 포장이나 손수 쓴 카드에 대해서는...

그 선물의 의미에 대해서는.

그 선물을 고르기까지 과정에 대해서는

그 선물을 함께 열어보며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탈리아에서 선물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프라이즈"이다.

선물을 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 것.

포장지에 감춰진 작은 선물이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설레이며

함께 짠 하고 열어보고 서로의 마음에 감동 받는 상황 말이다.



그들은 그러한 상황이나 설정, 감정을 즐기는 것에 익숙해 보였고

아주 중요해 보였다.



선물은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그저 내 돈으로 지불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신용카드도, 통장도, 택배기사도 아니니까.


우리는 엄마이고, 친구이고, 아빠이고, 아들이고, 딸이이고, 제자이고, 선생님이고, 

애인이다.



언제부턴가 들어온 미국식 실용주의는 한국에 도달해서는 

이렇게 변질되어 버린 것 같다.


선물대신 상품권을 드리고,

돈 봉투를 드리고, 은행계좌로 돈을 송금하고,

심지어 만원 오만권 권으로 만든 꽃다발까지 등장했다!

이것은 진짜 꽃에게 실례가 아닐까.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찍어 보내고,

다른 친구가 받은 것을 내가 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의 많은 것들은 타인이 주가 되는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타인에 나를 맞추고, 타인을 위해 사는 것. 

그것을 행복한 희생이라 강요받고 사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많은 것들은 내가 주가 되는 능동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

물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득담아.


그렇기때문에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 그 사람이 무엇을 듣고, 입고, 읽고, 보고, 먹는지

어디에 가는지, 누구와 만나는지, 


그래서 이탈리아인들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상대에 대해 궁금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대화들이 넘쳐난다.





예전에

야옹군과 어느정도 가까워진 후 


어느날 출장에서 다녀온 그가 선물을 하나 내밀었다.


잠깐 테이블에 앉아 눈을 감아보라고 하더니


눈을 뜨자 테이블에 상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난 아무날도 아닌 날에 선물을 받으면 

고양이에게서 쥐를 선물받은 인간마냥 당황해 하는 사람이라


그 날도 적잖히 당황하고 상기됐을 것이다.



포장을 열어보니,

고가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얼굴 표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선물을 받아 좋긴한데

순간 돈이 아까웠다. 촌스럽게도.



그리고 순간, 


저런 걸 살거면 나한테 한번 물어보지...


라는 못된 생각까지 들어버렸다.




만감이 교차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목에 걸고 고맙다고 하고, 다시 목걸이를 상자에 넣었다.




난 참 순수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이 순수하지 못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실수는 하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목걸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한번 두번 사용할수록


점점 나에게 어울리고 예뻐보이는 것이다.

그 목걸이를 하고 나갈 때마다 사람들에게 목걸이가 예쁘다는 칭찬을 받았다.


전혀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몇년이 지난 지금은 내 보물 1호가 되었다.

그의 마음과 함께.




어떠한 선물에도 감사하는 마음.

아무리 작은 타인의 호의에도 정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서른이 넘어서야 이렇게 알아가고 있다.



나는 얼마나 교만했던가.



선물을 돈이라는 단위로 환산하려고 했던 내 마음이 참 챙피했다.









크리스마스를 이탈리아에서는 나탈레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묘미란,


이브날에 모두 모여

각자의 곱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나무 밑에 모아두고

선물을 풀어 볼 수 있는 아침을 설레이게 기다리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이면 

모두 모여 서로의 선물을 열어보며 기뻐하고 놀라고 즐거워 하는 것이다.




마음을 즐기고, 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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