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칼럼

이탈리아의 수동 비데

이탈리아 다람 2015. 7. 12. 20:36
반응형

 

 

이탈리아의 수동 비데 

 

 

요즘엔 한국 텔레비젼에서도 

파스타 피자 말고도 이탈리아에 관한 

정보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것처럼, 

이탈리아 방송에서도

한국에 대해 북한이나 핵 같은 뉴스 말고

진짜 대한민국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잠시 가져보며...

 

 

 

비데(bidet)는 프랑스 말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비데(bidet 또는 bide')라고 쓰인다.

비데의 기원은 15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프랑스어로 

 

조랑말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화장실 모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양변기이고, 오른쪽이 비데인데

비데에 앉으면 마치 조랑말에 앉는 듯 하여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나도 처음에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참 난감했다.

 

 

처음엔 손을 씼거나 발을 씻는 곳인가 하고 생각했다.

 

다음엔, 걸레를 빠는 곳인가 했다.

 

다음엔, 소변만 누는 곳인가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시도하지는 않았다)

 

아니면, 식수대인가?

(이것도 시도하지 않았음!)

 

 

물어보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혹시 비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세가 잘 잡히지 않아

 

용기를 내어 아무렇지 않게 물어봤다.

 

 

 

'저...이탈리에는 비데가 없나봐?'

 

'무슨 소리야. 저기 옆에 비데 있잖아.

저게 바로 이탈리아식 비데야.

한국은 다 전자동이지만, 여기는 이탈리아니까 다 수동이지. 하하.

거기 물 틀어봐, 그리고 수도 꼭지를 돌려봐, 요리조리 돌아가거든. 

물 각도 조절해서 조준해서 손으로 씼으면 돼.'

 

'음... 근데 내가 벽을 보고 앉아야 돼? 벽에 등을 향하고 대고 앉아야 돼?'

 

'그건, 네가 편할대로. 보통은 벽에 등을 향하고 앉아서 해. 양변기에 앉는 것처럼.'

 

 

 

 

 

아... 쏘오데쓰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화장실이 우리와 다른 점은 

 

양변기 옆에 쓰레기통이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응가를 처리한 휴지는 물에 녹기때문에 변기에 바로 넣고,

나의 몸은 깨끗하게 비데 물로 씻은 후

바로 비데 전용 타월로 물기를 닦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비데 전용 타월은 비데 옆에 걸려있다.

(보통 생각하는 수건보다 작은 사이즈)

 

손님이 집에서 자고 간다면, 그들이 사용할 

샤워 수건, 수건, 비데 수건을 따로 준비해 주는 것이 예의이다.

(이건 다음 이탈리아의 타월 편에서 따로...)

 

 

처음엔

변기 뚜껑도 없는 저 도자기 조랑말에 앉아 있는 내가 어색했지만,

사용하다보니, 너무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비데를 사용하면 화장지를 거의 사용할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온도와 각도의 물줄기로

청결하게 내 손으로 내 몸을 관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남자들은 소변 후에도 비데를 사용한다.

(전부인지는 모르겠다. 나의 그는 그러한데,

다른 집 남편들의 말을 들어보면 잘 안 씻는다는 사람도 있어서...

이탈리아는 남부와 북부처럼 지역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급기야 한국에 가면 

비데가 없는 곳이나, 전자동 비데가 있는 곳은 불편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은 한국에서 그가 화장실에 일을 보러 다녀올 때마다 

샤워기를 잠깐씩 사용하는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참고로 쉬 물줄기 소리는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걸로 보아

그는 앉아서 일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모든 이탈리아 남성이 그렇지는 않은 듯)

 

뭐지... 하고 생각해보니

화장실 샤워기를 수동 비데처럼 활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그렇게 사용해버리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로 이탈리아의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도시의 커피숍과 같은 비좁은 화장실에서는 비데를 찾아보기 힘들다.

 

 

 

시골의 산장 같은 곳에 가면 우리 양변기와 비슷한 

쪼그려 앉는 화장실이 있다. 고무신 모양은 아니지만.

 

 

 

 

완전한 푸세식은 아니다.

물내리는 버튼이나 로프는 위에 보통 달려있다.

 

 

물론 여기도 따로 휴지통은 없다.

휴지는 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다.

 

 

가끔은 비데가 없으면 

변기 옆에 샤워기가 낮게 달려 있는 곳도 있다.

 

샤워기를 비데처럼 틀어서 사용하면 된다.

 

 

 

가끔 이탈리아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간 사람들을 만나면

화장실에 이탈리아식 수동 비데를 설치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자동보다 훨씬 청결하고 경제적이고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이탈리아 화장실에서 주의할 점.

 

우리는 보통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크를 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노크를 하면 빨리 나오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굉장히 불쾌해 한다.

그리고, 

타인이 개인적인 중요한 일을 보는데

노크로 방해하는 것을 몰상식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문이 닫혀있으면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거나,

잘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을 살짝 밀어보고 잠겨있으면 

그냥 기다린다.

 

 

계속 기다리는데도 안에서 아무 미동도 없다면 

살짝 노크를 해도 괜찮지만

 

 

별일 아닌 이상, 노크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유분방해서 화장실도

그럴거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북부 이탈리아의 공공 화장실은 아주 깨끗하다.

 

 

화장실은 나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휴지는 변기에!

사용 후 물 꼭 확실히 내리기!

주변에 튀지 않게 일 보고 들어가기 전과 같은 상태로 만들고 나오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