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칼럼

타지에서의 인간관계

이탈리아 다람 2013. 3. 24.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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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말하는 방식이나, 옷 입는 스타일, 혹은 음악 취향을 가지고 


그 사람의 교육 수준을 가늠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만나는 사람을 누구나 훌륭한 지성인으로 대우해 주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잘 나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 잘나 보이고 싶다는 욕구라고 해야할까.

진짜 잘 난 사람이나, 잘 나지 못한 사람이나 그렇게 보이고 싶다.


하지만, 뜬금없이 대놓고 


나 잘났소!

난 이것도 알고 있소!

난 저것도 가지고 있소!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또 격이 떨어진단 말이다.


그래서, 같은 수준의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편해진다. 

이미 우린 동일한 무언가를 알고,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나므로.


오래된 친구도 그렇다. 


굳이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격을 잘 알고 있다.



어쩌다 입에 김가루를 붙이고 나타난다 해도, 

뜬금없이 깜짝 놀랄 욕이 튀어나온다 해도, 

스트로베리 스펠링을 틀린다 해도, 

광어회에 레드와인을 마셔야 한다 해도,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오해할 필요도 없는 사이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쌓여온 인간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참 편하다.

(물론, 한국이라도 내 테두리를 벗어나면 피곤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하지만, 거의 모든 관계를 다시 만들어 가야하는 외국에서는 

은근 이런 것이 불편하다.


그래도, 어차피 나에 대한 정보가 0 이므로 


외국 사람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대화하면 어느 정도 잘난 척?을 할 수는 있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를 텐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


소위, 한국에서 따지는 학벌이나 집안 재력 등이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일지라도


여기서는 다른 방면으로 새 삶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가끔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어떤 한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만의 선입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그들은 굉장히 완고하다.


타인의 취향과 신념 따위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알아가려기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내 보이기에 급급하다. 


그나마 그것도 흥미롭게 들어줄 만한 이야기도 아닌 구식인 것이다.

학벌이나 재산이나 차에 관한 이야기.


국적을 떠나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굉장히 피곤하다.

다시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학벌이나 나이나 자동차, 연봉 따위를 묻지 않는다.

아니 물어서도 안된다. 


우리는 서로 무엇보다

대화를 통해서 호감을 갖을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서 

상대를 파악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스펙나 재산 목록을 알려고 또는 알리려고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궁금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잘난 척 하기 바쁘다가 헤어지는 모임은 

맛있을 정찬을 먹고 와도 마음이 허하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피자 한 조각을 먹고 와도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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