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고등학교 나름
그렇게 평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눈에 띄게 특별하지도 않은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낯선 곳으로 대학을 가게 되었고
부모님께서는
기숙사에 가야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않겠냐며 기숙사를 추천해 주셨었죠.
어쨌든 단체 생활을 한다는 게
저도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처음 혼자 사는 것이 나름 무섭기도 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겁이 나기도 해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되기도 하라구요.
기숙사에서 같은 과 신입생들을 만나서
처음에 쉽고 자연스럽게 같이 무리를 지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혼자 오티에 참석하고 처음부터 혼자 시작했으면
어쩌면 자연스럽게 저와 맞는 친구를 사귀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도 겁이 많지만
그때는 정말 겁이 많아서 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그냥 기숙사에 같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같이 밥먹고, 과제하고... 거의 하루 종일을 같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냥 같은 과의 같은 기숙사생이라는 이유 때문에요.
그 친구들 중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저와 맞는 친구들이 별로 없었어요.
물론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 좋은 사람들이었겠지만요.
저희 과는 조별 과제가 특히나 많은 과였기 때문에
중간에 그 무리에서 빠져 나오면
학교 생활이 좀 꼬여버리는 것도 있었고
나를 받아 줄 다른 무리를 찾을 용기도 없었죠.
그래서 그냥 그렇게 4년을 보냈습니다.
중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편입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일단 그 학교를 4년을 다 채우고 다녔습니다.
나중에 다른 대학을 다시 들어가긴 했지만요.
어쨌든
마음 털어 놓을 친구도 거의 없었고,
그런데도 또 성격은 우유부단해서
그 친구들과 나름 또 미팅하자면 미팅도 같이 하고 클럽도 가고 소개팅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냥 즐겁지 않은 마음으로
즐겁게 보이는 일들은 다 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더 고통이었죠.
지금까지 제가 만나고 있는 대학 친구들은
그 기숙사 친구들 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20대를 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보낸 일입니다.
그들이 나쁘다 착하다 좋은 사람이다 이런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이죠.
셀로판지 보다 더 얇고 빈약한 그 관계에
나의 가장 젊은 시절을 의지했다는 것이 이제와서 조금 후회가 됩니다.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은 후회를 할 수가 없다고 했죠.
왜냐하면 후회라는 것은
대신 이랬다면 좋았을 텐데 처럼
그 비교의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인생이란 한번 흘러가면 그만인 것이라
절대 어떤 것을 같은 조건으로 두 번 시도해 볼 수 없기 때문에
후회란 의미가 없다고 했죠.
음, 그렇다 해도
저는 저의 20대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요.
지금은 그래도 제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갖게 되어 나름
저 스스로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때의 시간들이 아까운 건 사실이에요.
저는 동생은 없지만,
제가 동생이 있었다면
정말
이 말을 해 주고 싶었거든요.
'만나기 싫은 사람이랑 억지로 만나지 마.
그건 진짜 돈 벌고 먹고 살려고 일할 때나 고려해 볼 일이고
그런 것 아니면
네 소중한 시간을 그런 사람들이랑 절대 낭비하지마.
차라리 혼자 너만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 마.
그러면 자연스럽게 너와 어울리는 사람들이 네 주위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을 거야.
네가 사랑하지도 않는 남들의 시선 따위는 100% 무시해도 좋다고 ,
너의 행복을 위해 전혀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
네가 사랑하는 것에 집중해.
네가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 사람들.
네가 마음이 쓰이는 이웃들.
네가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너 자신.
며칠 전 대학교 친구와 어쩌다 옛날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그런 생각을 하며 대학을 다닌 줄 전혀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잘 사는 줄 알았다고.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런 말을 안 해서 전혀 몰랐다고.
저도
이제야 이렇게 말을 하니까 속도 시원하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20대는 모든 게 처음이니까 모든 게 두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건 지금의 저에게도 똑같이 하는 말이고요.
여러분의 20대는 어떠한가요?
여러분의 20대는 어떠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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