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일기

이탈리아 다람 2016. 3. 1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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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요즈음 얼마나 멍청하게 살고 있느냐면,
저번 주말에는 근처 동굴에 놀러간다고 신나하다가
알고보니 조금 더 먼 곳에 좀 더 나은 동굴이 있어서
행선지를 급회하여 그 곳에 당도하니
관광지와 어울리지 않는 적막함이 감돌아

 

알아보니
15분 전에 마지막 입장이 마감되었다.
원통한 나머지 분노의 질주로 원래 가려던
집 근처 동굴에 도착하니
이 역시 괴이한 고요함이 느껴져

 

입구에 가보니
15분 전에 마지마막 입장이 마감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이렇게 나의 금쪽같은 일요일이 깡그리 공중분해되고.

어제는
동네를 지나다
빵가게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우연히 보았는데
incognito 콘서트 라고 씌여 있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읽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바깥냥반에게

 

인코그니토가 세상에 우리 동네에서 콘서트를 한다네?
라고 격앙되어 말해주었다.
하긴 너바나가 유명하지 않을 때
커트코베인이 여기 마을회관 비스무리한 곳에서 연주도 했었으니까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니지 않냐며
티켓처를 찾아보자고 부산을 떨었다.
...구글링...구글링...

 

알고보니,
이 동네 태생의 절대 안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보고 화낼까봐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
가 씨디 발매기념 콘서트를 하는데, 앨범 제목이 인코그니토였다.
아니,
본인 이름을 크게 써 놓을 것이지
포스터에 무슨 앨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써놓기냔 말이다.
바깥냥반의 조롱을 달게 받았다.

오늘은 간만에 세탁기를 돌려서 선진문화인으로 살아보려고 했더니
세탁기가 고장이다.

소생 챨리브라운의 심정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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