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2.4 한국으로 돌아갈까

이탈리아 다람 2015. 12. 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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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달이 해처럼 밝던 날 이탈리아 내가 사는 동네의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 건너편 도시)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언덕의 꼭대기 오래된 성당, 산타마리아 앞에 잠시 차를 세웠다.

번화가가 아닌지라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는 곳인데,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더욱 인적이 드물게 느껴졌다.

출구 쪽 길에는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청년인지 아저씨인지 모를 건장한 남성이 차에 기대 아드리아해 너머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반대편에서 큰 강아지 한 마리와 산책 나온 커플을 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방금 켜진 듯한 가로등 몇 개가 성당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주황색 벽돌로 지어진 소박하고 오래된 성당 바로 옆엔 작은 치미테로가 있고, 주변엔 기다란 사이프러스 나무가 군데군데 자리했다. 치미테로 앞은 잔디밭인데 언덕의 꼭대기인 그 곳에선 아드리아해가 한 눈에 보였다.
왼쪽의 아드리아해를 하염없이 따라가다보면 저 멀리 그리스라도 보일 듯 하다.

가을의 끝 무렵, 적당히 코 끝만 시린 저녁 공기가 신선하다.

구름도 바람도 없이 냉수처럼 맑은 하늘엔 커다란 보름달이 일출 직후 태양처럼 동그랗게도 떠 있다.

평소 보던 달과 다르게 커다란 것이 마치 달 부분만 돋보기로 확대해 놓은 듯 신기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달 표면의 거친 분화구까지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놓아게 익은 달에서 달콤한 과즙같은 달빛이 풍부하게 흘러나와 잘 닦인 차가운 은쟁반 같은 아드리아해를 반짝반짝 덮어가고 있었다.
왼편 바다 너머 완만한 언덕에 작은 전구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노란 불빛들이 마치 미리 켜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은은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뒤편의 언덕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올리브 나무들이 가로 세로 2m정도의 간격으로 이탈리아답지 않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맞춰 작은 언덕 한 편을 덮고 있었는데, 마치 초록색 핀으로 덮힌 큰 체커게임판을 연상시킨다.

올리브 밭의 소실점 끝으로 해가 사라진 틈새에 이탈리아 지붕색과 같은 다홍색 빛이 지평선 사이로 새어나와 짙 푸른 하늘 위에 또 다른 색을 입히고 있었다.

그 보름달은 어느새 성당의 작은 캄파닐레 위에 걸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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