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학원 끝나고
바람이 심하게 불길래
시내가는 김에 일본 친구도 시내에 내려주기로 하고
차를 주차해 놓은 학원 뒷골목으로 친구와 같이 걸어갔다.
말했다시피... 이탈리아 북부의 겨울바람은 정말 비만 안오는 토네이도 급이라
가끔 몇십미터 되는 나무도 부러지곤한다... 세워놓은 스쿠터나 오토바이가 쓰러지는 일은 예사고.
어쨌든 바람을 뚫고 차에 오르니
어떤 청년이 창문을 두드린다. 뭐지?(일단 의심의 눈초리-.-+)
하고 창문을 내리니
뒤타이어가 펑크났다고한다.....
갑자기 머리가 하얘져서
그 잘생긴 몇 초간 바람에 떨고있는 청년 얼굴만 쳐다봤다.
우리가 무슨 말인지 못알아먹는 줄 알고는
뒤 타이어를 계속 가르키며
Sgonfiata(스곤피아따=flat tire)
를 반복한다.
한국에서도 한번도 본적도 겪은 적도 없는 타이어 빵구....
아...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긴급서비스를 부르면 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려서 타이어를 보니 한쪽이 주저 앉았다.
나는 역시 운이 좋은게(?)
마침 주차해 놓은 곳이 타이어 바람 넣어주는 가게 앞이었고,
그 청년은 그 가게 직원이었다.
자기 가게에서 바람 넣어줄테니 차를 가게 바로 앞으로 옮기라고했다.
그리고 타이어 수리하는 가게로 바로 가라고한다.
외국에서는 항상 조심해야하므로(ㅇㅇ)
순간 그 잘생기기까지한 청년을 의심했다..
"그래서 바람 넣는 건 얼마...?"
라고 조심스레 물어보니
무슨 소리냐면서 바람 넣는건 돈 안받는다고 차를 옮기라고 한다...
사실 여기까지도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 후 어떻게 해야하나 정리도 안되고 처음 겪는 일이라 굉장히 당황했다.
차 몇 미터도 옮길 정신이 안들어 그 청년에게 차키를 줘버렸다.
그리고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못태워주겠다고 했다.
친구는 나 대신 청년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고,
바람 다 넣을때까지 같이 있어주겠다고 가게 앞에서 그 휘몰아치는 나와 함께 맞았다...
청년이 바람을 넣어주고 플랫타이어의 원인인 나사못의 위치까지 친절하게 초커로 표시해주는 동안
정신이 차차 들었다.
너무 당황해서 처음엔 이게 누가 일부러 해꼬지한 짓인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어떻게 못이 우뚝서서 타이어에 저렇게 박힐 수가 있지?
청년에게 물어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이어가 길가의 못이나 나사 머리부분을 밟으면 자동으로 못이 수직으로 서서
타이어에 박히고 빵구의 원인이 된다고....
청년은 근처의 타이어 수리점까지 차근차근 천천히 알려주었다.
일본 친구는 내가 떠날때까지 걱정의 눈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다행히 청년의 말대로
거기서 200미터도 되지 않은 곳에 타이어 수리점이 있었고,
타이어를 바로 수리했다.
그제서야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일이 있었다고
보통 타이어 때우는데에 얼마나고 물어보니 50유로? 100유로?
혹시 모르겠으면 주인을 바꿔주라고 한다.
주인에게 타이어를 보여주고 얼마정도 하냐고 하니까
바로 수리되고, 계속 타고 다닐 수도 있고,
20유로라고 한다.
남편하게 전화할 일도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끝났다.
이 모든 일이 30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그 날 시내에서 아는 언니를 만나기로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약속시간엔 늦지도 않았다
(타이어 빵꾸나자마가 약속에 못간다고 전화할까 했는데...)
일본 친구는 나중에 다시 문자를 보내
타이어가 빵꾸난거는 안된일이지만
그 청년을 만난건 행운이라고 했다.
그 때 잠시나머 청년을 의심하고,
또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해서
집에 와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학원 근처이니 다음주에 수업에 갈때
초콜렛이나 간단한걸 선물로 가져가서 고맙다는 말을 전할까 싶다..
남편은 내가
이케이케 혼자서 타이어 펑크도 고치고 다니는 걸 내심 기특해 하는 눈치다.
저녁에 이야기해주니까 재미있어라하면서 잘 듣는다.
어디에든 친절하고 착한 사람은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꼭 잊지 않고
적어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하루 마감.
(아래 링크 클릭!)
https://story.kakao.com/daraminitaly
한국 향수병에 걸린 구름씨에게 하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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