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사람...그리고 사람.

이탈리아 다람 2016. 8.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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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차곡차곡 먹으면서

 

왠지

 

 

이제 세상만사를 다 아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들이 또 맞을 때가 많아서

 

 

그런 나만의 방식들이나 생각들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특히 인간.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임에 분명해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피해야 할 사람임에 분명해.

 

 

이런 인간에 대한 나만의 고집들.

 

 

 

 

 

 

 

 

모자이크 수업 중 만난 친구가 있다.

 

 

 

여느 이탈리아 사람처럼

(우리가 서양인 나이 가늠 안되듯. 이 친두들도 동양인 나이 가늠이 안되는 듯^^)

 

내가 자기 나이 또래인 줄 알고 말을 나눴고 우린 짝꿍이 됐다.

 

 

나중에 내 나이를 알고 충격을 받긴하더라만,

 

뭐 그 후에도 별 변화는 없었다.

 

여기는 높임말 반말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친구는 좀 독특했는데,

 

이탈리아 사람인데도 굉장히 하얳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낯을 가리는 성격도 아니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도 아니었다.

 

 

 

밀라노 근처 작은 시골마을에서

 

모자이크 학교를 다니러 여기까지 혼자 와서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 혼자 지냈다.

 

 

핸드폰도 옛날 노키아 정말 문자만 되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고,

 

심지어 스마트 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20대 초반의 아가씨에 외동딸이라

 

엄마가 애지중지 보살피는 모양인데, 딸은 그게 싫은 눈치다...

 

또 딸은 딸대로 큰 집에 혼자 계실 노모를 생각하니 그게 마음에 놓이지 않고,,,

 

 

 

나중에 일을 찾으러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 나갈꺼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그냥 자기 그 시골 마을에서 계속 살거라고 했다.

 

 

뭔가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음악은 뭘 좋아하냐고

 

 

이탈리아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가수나 영국 팝가수들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그런거 안 듣고

 

 

탱고 연주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마침 차에 클서방이랑 예전에 탱고 배운다고 다운받아둔 탱고 mp3가 있어서 틀어줬더니 좋아했다.

 

 

 

 

나야 차로 30분 거리 근처 시댁이 있어서 왔다갔다하면서 저녁엔 시부모님이랑 밥도 먹고 시누이도 만나고

 

그렇게 지냈는데,

 

 

 

그 친구는 생각해보니, 아무도 모르는 동네에 혼자 맨날 뭐하고 지낼까하는 생각이 들어

 

 

하루는

 

 

내 차로 근처 도시에 함께 드라이브를 갔다.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고

 

 

학교에서야 서로 작업에 집중하면 별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고,

 

점심때는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먹고 하면 따로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다.

 

 

 

그 날은 나름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했는데,

 

 

뭔가 요즘 사람 같지 않고, 요즘 젊은이 같지 않은게 분위기가 좀 묘했다.

 

 

자기는 항상 가방에 호신요으로 작은 칼을 가지고 다닌다며 보여줬는데

 

나는 그게 좀 갑자기 무서워졌다;;;; 별것도 아닌데...

 

생경한 풍경이라 ;;;

 

 

그러다가

 

 

내가 제주도에 여름 휴가를 간다고 하다가

 

 

그 친구에게 한국에서 엽서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리고,

 

학기 종강 때 친구가 나에게 우리집 주소를 물어봤다.

 

어차피 그 친구도 자기 주소를 적어줘서

 

 

나도 우리 주소를 적어주긴 했는데,

 

사실,

 

그때 좀 묘했던 상황이 생각나면서

 

 

집 주소를 적어줘도 되나.....좀 망설였다...

 

 

(역시 난 너무 의심이 많다 ㅜㅠ)

 

 

 

 

 

 

어쨌든 집 주소를 적어주고 헤어졌다...

 

 

 

 

제주도에서 그 친구 생각을 가끔했다.

 

 

엽서를 보내야지 보내야지...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바보같이 그냥 흘린 말에 엽서 보내는 거 아닌가?

 

그래도 보내기로 했는데 보내야하지 않나?

 

 

 

뭐 내가 이렇게 신경써서 엽서 보내도 솔직히 답장 온 사람이 있었나?

 

 

다 그냥 전화로 잘 받았다고 하거나 뭐... 그렇지.

 

 

 

 

얘도 그냥 한 말이겠지...

(원래 이탈리아 사람들이 밥 한번 먹어야지

만나야지

술 한잔 해야지

뭐 이런 소리 아무 생각없이 많이 하니까...)

 

 

 

 

사실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러다가 얼레벌레 기회가 사라져버렸고,

 

 

 

나는 긴 휴가를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그런데...

 

 

 

 

 

우편함에 엽서가 하나 와있더라...

 

 

 

 

 

내 짝꿍이 보낸 엽서였다...

 

 

 

자기 동네 사진 배경의 엽서를 보냈다더라...

 

 

 

엽서에 빼곡하게 글을 적었더라...

 

 

 

수업 같이 들어서 즐거웠다고...

 

 

 

 

 

 

순간

 

너무 챙피하고 부끄럽고

 

내 자신이 한없이 싫어졌다.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아이를

 

 

나는 의심했었다.

 

 

 

 

 

 

 

 

나름 여행을 자주해서

 

 

예전엔 여행지에서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엽서를 곧잘 보내곤 했었다.

 

 

 

누군가 나에게 멀고 낯선 여행지에서 엽서를 한장 보낸다면 정말 기쁠것 같아!!!

 

 

라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몇년 지나고 보니, 아무도 나에게 같은 일을 한 사람은 없었다.

 

 

다 문자나 전화에 익숙하지

 

 

굳이 엽서를 사서 우표를 사서 붙이고 우체국을 찾아가서 별 할 말도 없는 말을 쥐어짜서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겠지...

 

 

 

그리고 나도 그런 일을 멈췄다.

 

 

 

 

 

 

 

 

 

참 어이없게도.

 

 

내가 의심하고 내가 엽서를 보내지 않은

 

 

 

 

단 한명의 내 짝꿍만이 나에게

 

주소를 물어보고

 

 

손수 글씨를 적은 엽서를 보내주었다.....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인간이라는 폴더에 내가 쌓아온 데이터들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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