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이탈리아나2012.05.20 09:31








2012 8월 해가 져가는 도중에. Fagagna, 이탈리아








얼마전에 카톡으로 문자 하나가 톡 하고 왔다.




"너만 생각하고 살아...보고싶다"




이 한 줄이 다였다.



이 문자는 


나와 몇년간 함께 일을 했던 팀장님(지금은 시간이 흘러 부장님이지만...)이 보낸 문자였다.



팀장님은 워낙 문자나 전화도 안 하는데다가 


얼마 전까지만해도 폴더형 핸드폰을 썼던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는 9살차이가 나지만, 만나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유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집중하고는 


새파랬던 나의 두서없고 황당한 고민들을 경청해 주는 모습은 정말이지 진지했다.




전화로 자주 수다를 떨거나 하진 않지만, 항상 보고싶은 사람.

20대에 함께 일하던 사람 중 지금까지 연락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런 말하면 꼰대같지만, 


지금 나는 내겐 절대 올 것 같지 않던 그 나이가 되었다.


소주를 들이붓고 이태원 골목에서 비틀거리던 25살의 나에게 택시비 만원을 쥐어 주던 34살의 팀장님은


이제 마흔이 넘고 


나는 그의 나이가 되었다.





보고싶다는 둥 이런 류의 간지러운 말은 


알고지낸 10년동안 단 한번도 우리 사이에 오간 적이 없었으므로


저 문자를 보고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고 바로 물었는데, 


다행이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곤 다시 온 문자.




  그러니까 진짜 

 

-너만 생각하고 살아.




세 마디가 가슴을 뚫는다.







이탈리아에서 표류하는 나에게 일년 만에 보낸 메세지,




나는 얼마나 많은 시선들,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신경쓰고 살았나...


겉으로는 신경 안쓰는 척,


솔직한 척, 


상관없는 척 하지. 


똑똑한 척, 


시시한 척 하지. 


속으로는 백만가지 상념들이 엉켜 또아리를 틀고 있으면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친구가 원하는 나 말고, 


아빠가 원하는 나 말고, 


이탈리아인이 원하는 나 말고, 


어학원 친구들이 원하는 나 말고,


시댁 식구들이 원하는 나 말고, 


남편이 원하는 나 말고,,,






알량하게 배풀었던 너를 위한 배려가 과연 진정 너를 위한 것이었나...


내 자신이 인정받고 싶어서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었을까.






힘들었다. 1년 잘난 척 하느라고. 


있어보이는 척 하느라고.






이제 



나만 생각하고 살꺼다.





















Posted by 이탈리아에 사는 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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