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골목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쓸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쓸쓸한 이유는 해가 지고 어둠이 올 것이고 몸을 조금 움츠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짝이던 하루가 이제 곧 막을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이유는 기억 때문이다. 어릴 적 친구들과 신나게 골목을 휘젓고 놀다보면 어느새 당연하게도 해질녘이 내려오고 여기 저기에서 밥하는 냄새와 김치찌게, 계란 후라이 냄새가 흘러나왔다. 아이들은 하나 둘 친구들에게 우렁찬 작별 인사를 하고, 엄마 품으로 자석처럼 달려갔다. 그런 기억. 오늘은 이탈리아의 화려한 해질녘 골목은 보이지 않고 수십년 전 한국의 아이들과 강아지가 달리던 골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