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가 사는 작은 이탈리아 마을

이탈리아 가정집 저녁 초대

이탈리아 다람 2016. 8. 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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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클서방은 그냥 성실한 평사원이었는데,

 

 

이래저래 세월이 흐르다보니

 

얼마 전엔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게 됐다.

 

 

나이에 비해 승진이 빠르다보니 스스로 스트레스도 있고(그 꼼꼼한 성격에 ;;;)

 

그런 위치다보니, 정치인들도 만나고, 가끔 무려 장관들도 만나고,

 

시장이나 고위 공무원들도 자주 만나게 되었다.

 

 

회사에서 입김도 세지고...

 

그럴수록

뭔가 일부러 더 심하게 깨끗하게(?) 공사를 구분하려는 게

 

 

뭔가 안타깝기도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부쩍

 

 

요즘에 저녁 초대가 많아진다.

 

 

예전엔 주말이 둘이 꼼냥꼼냥 돌아다니거나

 

절친들을 가끔만나거나가 전부였는데,

 

 

 

요즘엔 클서방을 주말마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자고

 

부르는 약속들이 많아지고

(안타깝게도 클서방은 이탈리아 사람인데도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다 ㅜㅠ

나 같으면 좋다고 매일매일 참석할텐데

클서방은 왠만해선 안나간다 ㅜㅠ)

 

 

또 종종 부부동반으로 자신들 집에 초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사람을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찬을 준비하는데,

 

 

 

진짜 친한 친구 사이이면

(또는 여러명을 불러 하는 파티)

 

포트락파티처럼 격식없이 하기도 하지만,

 

 

 

 

보통 저렇게 한두 커플만 집으로 정식 초대하는 경우에는

 

준비할 게 너무 많다..

 

 

 

아페르티보라고 식전 주와 곁들일 수 있는 핑거푸드,

 

에피타이져 류

 

프리모 피아또 류

 

세콘도 메인 피아또 류

 

돌체(디저트)

 

커피 또는 식후주

 

 

그리고 각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준비해야하고,

 

물잔, 와인잔, 식전주 잔, 식후주 잔이 각각 다르고

 

각 메뉴의 디쉬들도 다 다르다......

 

 

이거 준비하다보면

 

 

예전 중세시대 영화들보면 그렇게 많은 메이들이 있었는지 이해가 가고...

 

 

 

또, 이태리 사람들이 음식에 다들 일가견이 있고 다 전문가들이라

 

 

음식 좀 실수하면 다 알아차리고,

 

또 다 솔직하기까지해서  맛없는 건 절대 맛있다고 입바른 소리 안해주고 ㅜㅠ

 

 

게다가

 

치즈 안먹는 사람, 와인 안마시는 사람, 견과루 알레르기, 갑각류 알레르기

 

베지테리안..등등

 

 

취향도 다들 넘나 가지가지라 그거 맞춰서 저녁 한번 준비하기가 정말 힘들다. ㅠㅜ

 

 

 

 

어제도 저녁을 8시에 시작했는데

 

디저트까지 다 먹고 나니...정말  먹는 것 밖에 안했는데

 

자정이 넘어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무튼.

 

 

 

그런데, 이런 회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성대한 부부동반 저녁 초대를 다니다보니

(물론 나도 어지간한 선물을 준비해 가긴 한다)

 

 

역시 세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브앤테이크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서울에서 미생으로 10년 이상 살던 내가 예상 못한 것이 아니지만,

 

 

 

연락하자~ 친구하자~ 우리집에서 밥 먹자~ 이거 선물이야~

 

 

하는 사람들도 어쨌든 종국에는 회사 얘기,

부서가 맞지 않다는 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이야기... 등등이 오고가니까.

 

 

 

이런 것들이 나쁘다고 생각할 정도로 꽉 막힌 고조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상주의자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 이런 인간관계들을 자연스럽게 잘 이용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가끔 만나는데,

 

그들이 부럽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비지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인데,

 

나는 전혀 아니고,

 

그나마 사업하는 집안에서 자란 클서방은

 

이런 것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어쩌면 나는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계들 속에서도 우정이나 신의을 찾으려는

나는 정말 그야말로 순진한 사람이겠지.

 

 

 

 

 

모자이크 수업을 같이 듣던 영국 사람이 있었는데,

 

그녀야 말로 이러한 관계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본능적으로 잘 활용하며

 

그 와중에도 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맺을 줄 아는 그런

 

현직 비지니스 우먼이었다.

 

 

 

그 사람을 지켜보면서

 

예술가가 어느정도의 감이나 재능을 타고나야하는 것처럼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도 못지않게 타고난 감이나 재능이 있어야하겠구나를 느꼈다.

 

그리고,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순간들이 닥치면,

 

사람들의 선의를 곱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쩌면 나야말로 계산적인 사람일지도.

 

 

이정도를 받았으니 응당 이정도를 해줘야지

 

라고 생각하는.

 

 

 

 

 

아니면,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일지도.

 

 

남들이 주는 호의를 아무 대가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그정도는 받을만하지. 뭐..해주면 고맙고'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말에도 부부동반 약속이 잡혀있다.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과...

 

 

 

뭐.

 

 

맘 편하게 맛있는  이태리 정찬을 먹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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