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칼럼

이탈리아 주택 문화 달라도 너무 달라!

이탈리아 다람 2024. 2. 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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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보통 잘 살면 시내가 아니라 외곽에 그것도 인적이 드문 곳에 주택을 짓고 산다.

 

편리보다는 철저히 미와 개인생활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문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탈리아의 주택 문화이다.

 

물론 우리나라 전원주택과는 다르게 도심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출퇴근이 가능한 장소에 위치한다.

 

보통 시내에는 중하층 또는 이민자 및 젊은 부부들이 작은 집에 다닥다닥 붙어 살고,

 

반면 노년층 중 여유가 있거나 시내를 선호하는 중상층 사람은 시내 최고 중심의 전망이 좋은 고택에 산다. 노년층은 거동이 불편하므로 병원이나 편의 시설이 지척에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정말 돈이 없는 이민자나 경제적 하층의 사람들은

 

 

대중교통 접근이 용이한 시내 외곽에 또 다른 타운을 이루고 산다.

 

 

베로니카는 30대 후반이고 싱글이다.

 

외국계 보험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고, 어릴 때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했었다.

 

지금은 혼자 사시는 어머니의 외곽 주택 옆에 집을 짓고 그레이트 피레니즈와 레트리버와 함께 산다.

 

작년 겨울 드디어 집이 완공되었고, 우리에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원을 보여주었다.

 

휑한 구석을 가르키며 여기가 수영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이윽고 여름이 되었고, 우리 소믈리에 멤버들을 풀사이드 바베큐파티(물놀이하고 고기 구워먹기) 에 초대했다.

 

사실, 캐쥬얼한 바베큐에는 와인이 어울리지 않는다.

 

맥주가 어울리지. 그래서 우리는 벨기에 람빅 맥주를 마셨는데,

 

이내 우리가 사랑하는 와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차피 바베큐 화덕에 넣은 올리브 나무 장작이 완전 연소되어 숯이 되려면 시간이 걸려,

 

기다리는 동안 와인으로 갈아 탔다.

 

 

 

이골이 집 앞 포도밭 한켠에 키운 블랙 올리브 열매를 직접 할머니 레시피로 재운 

 

사이드 디쉬와 크리스티앙이 부모님 댁 텃밭에서 직접 따온 토마토와 베로니카 화단에서 키운

신선한 바질, 그리고 올리브유로 만든 소스를 아침에 직접 라떼리아

(치즈, 우유 등 신선한 유제품을 파는 작은 장인의 상점)에서 사온

 

신선한 모짜렐라 조각을 곁들여 오븐에 적당하게 잘 구워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바케트에 얹어 부스르케타를 만들어 먹었다.

 

역시나 맛있는 요리에는 복잡한 기교가 필요하지 않다.

 

특히나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가 팔할이다. 이건 한국 요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베로니카가 미리 준비해 둔 신선한 이탈리아 엔쵸비 살을 올리브 오일에 재운

알리치 소또올리오까지 등장했다.

 

피노 비앙코 볼리치네로 시작해 2105년 토카이를 곁들였다.

 

생각보다 수영장은 넓고 깊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우리는 물 속에서 발리볼도 하고 저마다의 포즈로 입수도 하며 시간을 즐겼다.

 

산자락에 위치한 집이라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190이 넘는 전직 농구선수 이골이 입수할때면 쓰나미처럼 수영장 밖

썬베드까지 물바다를 만들어 모두 웃고 떠드는 어린 아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영장 딸린 집을 보기도 힘들 뿐더러 그런 집이 있다면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겠지만, 여기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수영장이 있는 정원과 주택을 가진 사람은 기본적으로 살만한 사람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어디 외곽에 전원주택을 짓고 정원에 수영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차이가 있다면 결국 그걸 즐기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수영장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침 일찍 수영장을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을 채우고,

햇볕에 의해 물의 온도가 올라가길 기다리고,

 

햇빛에 그을린 가무잡잡한 피부나 잡티를 신경쓰지 않고 친구들이나

가족과 또는 혼자서 여유있게 물놀이를 즐기는데에 종일을 할애할 여유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기에는 우리가 일단 너무 피곤하다.

일주일 내내 힘들게 야근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 모임에 불려나갈 판국인데,

 

여유있게 수영장 내벽을 문지르고 태양열로 물 온도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릴 여력이 없다.

 

 

그러니 그냥 수영장 딸린 팬션 가서 놀다 오면 되지!

라는 우리나라 문화도 정말 설득력이 있다. 클로드도 한국에 갔을 때

여기저기 산재한 팬션을 경험하고 얼마나 신기하고 좋아하던지.

역시 서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끌리는 듯.

 

이탈리아에서 수영장은 오직 수영이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물을 받아 놓은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예쁘고 프라이빗한 것에 목숨거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수영장의 주 목적이란 그 귀여운 수영장에 비친 햇살을 즐기며

수영장 주변의 썬베드에 누워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썬탠을 하고, 친구들이나 가족과 이야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칵테일이나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며 썬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영복을 입고 햇살에 누워있는 자신들의 자연산 구릿빛 피부에 감탄하는 것이다. 남녀노소!

 돗자리가 아닌 각자의 비치 타올을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개인의 영역을 절대 섞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야외 수영장 물은 몸이 달궈지면 잠깐 들어가서 몸을 식히는 용도이지 수영의 용도가 아니다.

 

 

나 포함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언가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니까.

 

몸을 한시라도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들이라 물이 있으면 뛰어 들어서

 

뭐라도 허우적 거리기라도 하고 이참에 접영 자유형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텅 빈 수영장을 눈 앞에 두고 선베드에서 가만히 누워 있으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고문과 같다.

 

라면 앞에 김치를 두고 보기만 하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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