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 월 15 일.

 

 

탱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막스마라 블랙 캐시미어 코트로 갈아입고

NH호텔로 향했다.

 

다행히 작년부터 꾸준히 듣는 탱고 수업을 하는 비알레 세템브레와 NH호텔은 걸어서

10분 남짓의 거리라 8시에 끝나는 탱고 수업 후 바로

8시 반 소믈리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

 

하쿠나마타타 주문처럼 혼잣말을 하고, 들어선 호텔 로비.

첫 수업이 열리는 컨퍼런스 룸으로 발길을 돌리니,

입구 앞에 정돈된 긴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그 앞에는 사진이나 티비로만 보던 정식 소믈리에 분들이 소믈리에 정장을 입고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맞이 하고 있었다.

 

심각한 복장에 비해 전혀 위압적이지도 않았지만, 편안하고 우아한 느낌.

아마도 그들의 진심어린 미소와 몸에 밴 사람을 맞이하는 따듯한 태도 때문이지 않았을까.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내 차례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Buona sera!

 

안녕하세요! Buona sera!

 

 

내 이름을 말하려고 하니,

미소를 지으며 잠시만이라는 표정을 지으시는 자연스러운 곱슬머리 백발의 로베르토 총장님!

 

다람?

 

네, 맞아요! 어떻게 맞추셨네요!

 

(미소)

 

그렇죠,(내 얼굴을 가르키며) 제가 크리스티나 엘리사처럼 생기진 않았죠?

 

 

라고 농담을 건네니

 

거기 있던 다른 소믈리에 분들도 웃으신다.

 

아마 동양인 아니, 외국인은 나 혼자인 듯.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로마나 밀라노에서 열리는 AIS 소믈리에 코스에는 한국인들도 몇 수료를 한 분들이 있다고 한다.

 

드디어 와인의 본고장 이탈리아 소믈리에 세계로 입성!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

취미로 듣기에 시간이나 돈을 많이 투자해야하는 코스라 사람들이 적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이 되면서도 예상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꽤 넓은 컨퍼런스 룸 앞엔 벽을 가득 채운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AIS 로고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호기 좋게 맨 첫 줄에 앉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사람들이 가득해

 

둘째 줄에 앉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들 정이 많고, 누구하고나 친근하게 다가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부 사람들은 한국 사람만큼이나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어떻게 보면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말을 트기 시작하면, 역시나 이탈리아인들!

 

나중엔 내가 말을 끊고 일어서야 할 정도로 수다쟁이들이 되어버린다.

 

 

두번째 줄 중앙에 자리를 잡고 양 옆을 살펴보니,

왼쪽엔 도도해 보이는 친구처럼 보이는 젊은 아가씨 둘이 자리를 잡고 조용히 수다를 떨고 있고,

 

오른쪽엔 혼자 온 젊은 청년이 고개를 노트에 파묻듯이 수업 시작 전인데도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이 수업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진 않나보구나.

 

 

어떤 사람들이 왔나 한번 레이더를 작동해 보았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은 편이고, 30 여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편한 복장으로

 

조금은 긴장된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AIS 로고를 그들만의 생각에 잠겨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엔 나도 조금 더 편한 복장으로 와야지!

 

 

사람들에게 말을 걸까하다, 왠지 이 공간이 조용하게 느껴져 그냥 나도

왠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정면의 빛나는 AIS 로고를 쳐다보기로 했다.

 

 

아 맞다. 아까 수강생 확인을 할 때, 큰 서류가방처럼 생긴 숄더백과 책을 나눠줬었지!

 

 

가방을 열어보니, 4개의 와인 시음용 잔 및 소소한 와인 액세서리들이 들어있고,

 

책은 모두 세 권인데, 와인 시음 테스트 노트와 와인 시음 책과 소믈리에 세계라는 책 이었다.

책들은 모두 하드커버에다가 두께가 거의 백과사전 수준이다.

 

아! 이 수업은 만만하게 다가가서는 아니되겠어.

 

 

모두 이곳에 정식으로 와인을 배우러 왔구나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여성용 소믈리에 정장에 짙은 네이비색 나비 넥타이를 단아하게 맨 크리스티나씨에 의해 컨퍼런스 룸의 문이 닫히고,

 

알베르토 비서님과 스테파노 회장님이 하얀색 안경을 목에 걸치고 나타났다.

 

어께 선을 따라 잘 떨어지는 클래식한 핏의 짙은 네이비 자켓에

로마시대부터 내려온 교황의 은색 십자가 목걸이처럼 영롱한 실버 타스뱅을 목에 건

 

스테파노 회장님.

 

하지만, 표정만큼은 동네 바의 주인처럼 장난기있고 온화한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Buona sera. Ben venuti!

 

 

은행에서 평생을 일하고, 35년 전부터 지금까지 소믈리에로 활동하신다는 스테파노 회장님.

 

 

다음 이야기는 다음편에!!

 

 

 

 

 

Posted by 이탈리아에 사는 다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