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1.12 안면인식장애
  2. 2018.01.09 내가 사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근시가 있는데 안경을 쓸 정도는 아니라,

 

운전할 때 말고는 세상이란 원래 이렇게 흐릿하려니 하고 살아왔다.

 

그게 벌써 20여년이 되어간다.

 

게다가 안면인식 장애가 있어서 코 옆에 큰 점이 있다거나 콧구멍이 하트라던가

하는 명학한 특징이 없으면,

 

사람을 한두번 봐서 기억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렇게 어쩌다, 이탈리아에 흘러 왔는데

 

외국 사람들을 보니 죄다 비슷비슷해보여서 더 헤깔리는 거다.

 

 

먼 옛날 구름씨를 비행기에서 처음 만나고,

 

한 한 달 정도 후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얼굴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서

 

사실, 다시 만났을 때 못알아보면 어떻게하지 걱정을 했었다.

 

비행기에서 10시간이나 이야기를 했었잖아!

 

 

어느날 아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리는

 

-야, 그건 니가 그냥 사람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래.

 

라고 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시원해지면서,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사람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내 옆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왜 웃고 왜 우는지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관심을 줄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또 그러면서도

외롭다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이었다.

혼자 웃고, 혼자 울면서 왜 나는 혼자일까 슬퍼했다.

 

 

 

동네의 작은 카페에 내려간다.

 

-오늘도 초콜라따 깔다 맞지?

전형적인 이탈리아 아저씨 조반니가 오늘은 혼자다. 평소같으면 북적거리는 카페이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손님이 나 뿐이다.

 

-네, 맞아요.

 

어제까지는 나라면 여기까지 말하고, 그냥 핫초코를 받아마시고 말없이 오겠지만,

오늘은 조금 용기를 냈다.

 

-우리 동네 곧 카니발 축제 하잖아요? 거기 참가하세요?

-아니, 우리는 바 열어야하니까. 알지? 그날은 진짜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술마시고 신나하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나는 우리 와이프랑 그날 늦게까지 문 열고 일해야하는거지 뭐.

 

-그러시구나!

 

- 응,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다 그거 준비한다고 다 바쁜가봐.

 

맛있게 핫초코를 마시고, 의미는 없지만 조금은 따뜻한 말들을 아저씨와 간간히 나누고 카페를 나섰다.

 

내일은 조금 더 마음을 열어야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얘기도 조금 건넬거다.

 

-어제 잠을 잘 못 잤더니 조금 피곤하네요. 맛있는 초콜라따 칼다 하나 주세요!

 

 

 

 

 

Posted by 이탈리아에 사는 다람

 

사람에게 운명이란 것이 있을까?

 

나는 어떤 운명으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내가 태어난 곳에서 8968km 떨어진 지구의 반대편.

은마아파트 주민수보다 적은 사람들이 바닷가와 작고 완만한 언덕에서 거북손처럼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곳.

 

나와 다른 말을 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곳, 무자.

 

나는 이탈리아 무자라는 작은 마을에 산다.

 

까만 머리, 까만 눈, 오뎅과 당면을 넣은 멸치 국물로 맛을 낸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곤 나 혼자 뿐인 무자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내 운명이 나를 이곳으로 불렀을까. 내가 내 운명을 이곳으로 불렀을까.

 

너무 감성적이니까, 조금 심각해지는 것 같아.

 

나만 알고싶기도 하도,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들여주고 싶기도 한 무자를

 

지금 이 글을 읽는 운명을 가진 여러분에게만 들려 드리겠습니다!

 

... 약장사 느낌이 되어버렸다.

 

자 이제 시작!

 

 

 

 

 

Posted by 이탈리아에 사는 다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