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칼럼

이탈리아에서 응급실 가기. 이탈리아 의료체계

이탈리아 다람 2016. 6. 20.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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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탈리아에서 아프지 마십시오.

 

 

 

 

 

바깥냥반이 시름시름 몸이 안 좋더니

급기야 며칠 전 퇴근 후 고통이 심해져서

지역 내 공공 병원에 갔습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프라이빗 의료보험이 있었지만,

우리는 항상 이런 걸 줘도 못 챙겨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공공병원에 갔네요.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이탈리아는 크게 두 가지 병원 타입이 있는데,

 

 하나는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공공 병원과

환자 개인이 지불하는 사립 병원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을 갔는데, 그 때 시간이 저녁  9시 쯤이었어요.

 

 

그렇게 심하게 아픈 건 아니었지만,

이 상태로 내일 아침 주치의 클리닉 문 열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서 직접 차를 몰고 갔습니다.

(이탈리아는 개인별로 주치의가 있습니다.

의료보험 카드 만들 때 의사를 직접 지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 그 동네 가까운 의사 중 선택을 하고,

가족일 경우 동일한 주치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여자는 여자 의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요.

주치의들은 우리나라 가정의학과 의사들과 비슷한데,

 

클리닉에 가면,

따로 대단한 의료 기기들은 없습니다. 그냥 문진 정도...

 

보통 감기 같은 경미한 질병에 걸렸을 때 갑니다.

 

무조건 전화로 예약을 해야하고, 보통 하루 이틀 정도 후에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공공 종합병원도 전화로 예약을 해야하나,

예약이 일년 이년 후에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ㄷㄷㄷ

 

하지만,

주치의가 문진 후 중대하고 위급한 질병이라 판단되어 종합병원에 예약을 해주는 경우는

종합병원 의사들을 더 빨리 만나 볼 수 있기는 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다섯 팀 정도가 저희보다 먼저 와 있더군요.

우리나라 응급실과는 사뭇 다르게 아주 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먼저,

 데스크에 가서 증상을 말하면,

환자 정보와 바코드가 새겨진 종이 팔찌를 채워주는데,

 

흰색은 급하지 않은 환자,

빨간색은 급한 환자를 표시합니다.

 

바깥냥반은 흰색이었고요...

 

 

같은 흰색이라고해도 오는 순서대로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의료진이 증상을 보고 판단해서 그 중에서도 급한 사람이 먼저 들어갑니다.

 

그렇기때문에 본인이 언제 의사를 만날지 아무도 모르는일...

 

 

 

 

게다가

 

그 와중에도 응급차에 실려오는 정말 급한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진짜 언제 내 차례가 돌아올 지 모르는 일.

 

 

그 날은 병원에 두 명의 의사와 몇 명의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사고 등 급한 환자가 들어오면, 의사는 수술을 할 것이고,

다음 환자들은 무작정 기다려야합니다.....)

 

 

 

우리 뒤에 노인 부부는 지금 일곱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중얼 거리시더군요.

ㅎㅎ

처음엔 노인들이 그냥 기다리다 짜증나서 하는 소린 줄 알았어요... 부풀려서..

제가 참 순진했던거죠. 여긴 이탈리아 인데...ㅎ..ㅎ...ㅎ

 

 

어쨌든, 환자 대기 공간도

그냥 딱딱한 나무 의자에,

좀 춥고,, 어수선하고, 더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깔끔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처음 한 시간, 두 시간은

둘이 수다떨면서...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니,

바깥냥반의 통증이 자연치유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덧

자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저녁은 먹고 와서 다행인데, 바깥냥반은 밥도 안 먹고 온데다

내일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 있다고

계속 발을 동동 구르길래..

 

자정에 저 혼자 차를 몰고, 집에 가서,

스웨터랑, 노트북이랑, 간단히 먹을 거 마실거를 가져왔습니다...

 

 

그 때 즈음 아마 아까 그 노인 부부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실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대부분 대기자들은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정형외과 쪽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것도 웃긴게,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면, 무조건 응급실을 가야합니다.

평일 낮이더라도요...

왜냐면,

주치의는 가정의학과라 깁스 치료가 불가하고,

그러면

정형외과를 가야하는데,

 

정형외과에 전화해서 예약하면 몇 달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뼈 부러지거나 금 간

 무조건 응급실에 가서 저렇게 주구장장 8시간 12시간을 기다리는 겁니다...ㄷㄷㄷ

 

왜냐면

팔 부러진 환자는 급한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앞에 진짜 응급환자들 치료가 끝난 후에 의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이면서도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그나마 이게 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 한푼 내지 않는 꽁짜

...라는 걸 좋아해야할까요??

 

 

아,

사적인 의료보험을 들었거나,

그냥 돈 있는 사람은 사립 정형외과에 가겠죠.

그러니,

사립 의료보험 있으면서도 여기 앉아 기다리고 있는 우리는 뭐하는 짓거리인지....

 

 

 

 

사립 병원은 거의 기다리지 않습니다.

바로바로 처리가 되나,

병원비가 우리나라 10배 20배 정도 나와요...

 

 

이탈리아의 의료체계 문제점이

무조건 무료이긴한데,

 

 

 

국가에서 고용하는 의사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정부에서

의사 월급 줄 돈이 없다. 이렇게 핑계를 대지만,

 

세금은 40 50 %씩 걷어가는 걸요...ㅠ.ㅠ

 

 

월급의 거의 반을 가져가요.

 

 

 

 

 

게다가

여기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한데,

거의 일 없이 부랑자 같거나

불법으로 눌러 앉은

 동유럽, 중국, 남미, 아프리카 인들

+ 이슬람 난민들까지..

 

 

게다가

난민들한테는 하루 하루 살 돈에, 식사비에 생필품까지 퍼주고,

 

외국인들한테까지

다 무료 의료서비스 해주니,

돈이 남을리가요...

(물론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과 마피아가 손잡고 해쳐먹는 게 훨씬 많지만)

 

 

 

어쨌든,

12시 이후에는 둘이 오돌오돌 떨면서 졸았습니다.

이 정도 기다리니, 오기가 생겨서

꼭 여기서 오늘(아, 벌써 내일이네요..자정이 넘어)

진료를 봐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더군요...

자정 쯤에 바깥냥반이 돌아가자고 낼 사립 병원 가자고 하는데

이 고난이 어떻게 끝을 맺을 지도 궁금하고.

이미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좀더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똥고집이죠.. 미련하게 ㅠ.ㅠ

 

 

 

그렇게 졸다보니,

바깥냥반 이름을 불러서 순간 잠이 깨서

옆을 보니, 바깥냥반이 자기 부르는 줄도 모르고 졸고 있더라구요,

 

 

 

깨워서 간호사를 따라가니,

의사 진료실이 나오고, 그 앞에 또 사람들이 여럿,,,

 

또... 기다림.. 그때가 한 2시 정도였던 것 같네요.

 

바깥냥반이 진료 보고  나왔고,

 

피검사를 해야하는데 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그 앞에는 한 10 팀 정도의 사람들이 비몽사몽... 좀비처럼 있었어요...

 

그나마 여기는 간이 침대도 있긴한데,

그 간이 침대도 진짜 아프거나 앉아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되는 듯하고,

 

우리같은 사람들은 다시 딱딱한 의자로...

 

 

그때까지도 저는 순진했어요.

또다시

한 시간이라는 말을 믿었거든요...하...

 

 

 

다시 졸기 시작했습니다.

 

추웠어요..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무엇보다 졸립고,

짜증이 나더군요.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졸다가 일어나보니,

바깥냥반이 피검사 끝났다고,

집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 때 시간이 새벽 4시 반이었어요....

 

 

진짜 제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내일 아니, 오늘 결과가 나오니 이따가 다시 와서 의사에게 결과를 들으라고 합디다.

 

 

어디 아프고 뭐고,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병원을 도망치듯 나오니

 

참새들이 지저귀더라구요.... 아침을 맞이하려고..

 

 

 

집에 오자마자 대충 씻고 잤습니다.

 

그 와중에 바깥냥반은 출근하고, 병원까지 다녀왔고,

약 처방전도 받아왔더라구요.

 

ㅎㅎㅎ

 

이게 무슨 짓일까요.

 

 

 

 

 

걱정이 됐던게,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한데,

 

늙고 돈 없는 사람이 여기서 아프면 진짜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기다렸다가 진료를 보나요..

(공공 병원에 온 사람들이 그렇게 가난해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진료를 본다는 사실이죠. )

 

 

하...

 

개인적으로 종합병원 의사들의 수준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시스템이 정말 이상하지.

 

 

미국은 이탈리아보다 더 심한 나라죠.

아프면 죽어야되는 나라.(이게 선진국인지??)

 

 

 

우리나라

어찌되었든

좋은 나라구요.

 

미국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네 어쩌네 꿈척꿈척 하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절대 망가져서는 안됩니다.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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